< ICT & Science >“M&A로 거대 플랫폼 기업 필요… SKT, 헬로비전 인수가 신호탄”

‘시장 포화’ 국내 통신업체 활로는?

국내 통신산업이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인수·합병(M&A)을 통한 거대 플랫폼 기업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간 국내 통신 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국가 경제를 견인해 왔으나 최근 시장 포화로 심각한 성장정체에 직면했다. 특히 올해 이동통신 3사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모두 감소했으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경우 영업이익까지 동반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D)로 이어지는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에서 구글,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내 통신 사업자의 입지는 더욱 위축된 상황이다.

이에 통신 사업자들은 당면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서 다양한 대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생활가치’ ‘미디어’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차세대 플랫폼 사업자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 중이며 KT 역시 회선 중심에서 인터넷TV(IPTV) 가입자 등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형태의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LG유플러스도 ‘탈통신’ 및 ‘인프라 콘텐츠’ ‘서비스 영역의 혁신’을 통한 제2의 성장동력 확보를 지상과제로 제시한 상태다. 플랫폼이 통신 산업의 미래 먹거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셈이다.

사실 이 같은 경향은 비단 국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특히 해외 통신사업자들은 M&A 및 융합 서비스를 통해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의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2014년 글로벌 ICT 산업별 M&A현황에서 통신분야 거래규모가 1년 사이 4배 이상 급증하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전체 산업 M&A 가운데 통신·미디어 부문 비중은 2009년 7.1%에서 2014년 16.6%로 확대됐다.

국내에서는 최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국내 미디어 융합 플랫폼 시대를 여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통신과 방송산업은 각각 영역에서 발전해 왔으나 최근 ‘융합’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존을 위한 중대한 갈림길에 직면한 상태다. 더욱이 동영상 스트리밍 위주의 미디어 소비 행태 변화는 물론 넷플릭스 국내 진출을 앞두고 국내 산업의 종속·잠식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산업 간 융합·효율화를 통한 거대 플랫폼 기업이 탄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침체된 산업에 활력을 불어놓고 시장 전반의 파이를 확대하는 등 ICT 산업의 ‘공진화(共進化)’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양한 콘텐츠 분야와 첨단 디지털 기술이 교차되는 방송산업은 통신과 융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최적의 분야”라고 덧붙였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플랫폼 기업 = 콘텐츠와 디바이스, 사용자를 연결하는 운영체제(OS)나 검색엔진, 애플리케이션 장터 등 플랫폼(정거장)을 가진 기업을 말한다. 플랫폼 기업은 콘텐츠와 디바이스 생태계의 핵심에 위치하며 양쪽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애플이나 구글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미디어, 메신저, 온라인몰 등을 운영하며 이용자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도 플랫폼 기업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