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 산모가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충무로 제일병원에서 출생신고를 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3월 행복출산 원스톱 서비스를 앞두고 지난해 9월 제일병원에서 우편물 출생신고 시범서비스를 실시한 바있다. 행정자치부 제공
신청서 1장으로 양육수당·전기料 혜택 ‘OK’
구비 서류도 신분증·통장사본 2개로 간소화
행정자치부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연두 업무계획을 통해 생애주기별 서비스 중 하나로 오는 3월부터 전국에서 ‘행복출산 원스톱 서비스(출생)’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민 행정편의를 염두에 둔 서비스인 동시에 출산 장려 간접 지원책이라 할 수 있다. 출산 지원 서비스 구비서류 간소화 역시 같은 맥락에서 추진하는 것이다. 정부는 초유의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힘들지만 우리 사회의 뿌리를 버텨줄 저출산 극복 대책은 긴 호흡 속에서 끈기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지금까지 나왔던 정부의 주요 저출산 대책을 종합 소개한다.
1 행복출산 원스톱 서비스란
행정자치부 연두 업무계획에서 나온 것으로 오는 3월부터 전국에서 시행되는 출산 관련 행정 편의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제공하는 출산지원 서비스는 다양하지만 무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고 각 기관별로 별도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컸다. 행복출산 원스톱 서비스는 이를 개선한 것이다. 주민센터 한 곳을 방문, 신청서 1장만 작성하면 각종 출산지원 서비스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한 자녀 부모의 경우 행복출산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양육수당 또는 보육료 △출산지원금(자치단체) △출산축하용품(자치단체) △유축기 대여(자치단체) 등의 서비스를 한번에 받을 수 있다. 과거의 경우 유축기 대여는 보건소에서 별도 신청해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행복출산 원스톱 서비스의 혜택은 다자녀 부모에게 훨씬 더 많이 돌아간다. 앞서 언급한 출산지원 서비스 외에 △다둥이 카드(자치단체) △아기보험가입(자치단체) △전기료 감면 △도시가스요금 감면 △난방비 감면 등도 한번에 받을 수 있는데 과거에는 출산지원 혜택을 받기 위해선 한전, 가스회사, 지역난방회사 등에 일일이 연락해야 했다. 3월부터 시행되는 행복출산 원스톱 서비스는 방문 신청이 원칙이지만 내년(2017년)부터는 온라인 신청도 가능해진다.
2 구비서류 간소화
현재는 국가나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각종 출산 지원 서비스를 받으려면 주민센터에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출생증명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한 자녀 부모일 때 그렇다는 말이다.
다자녀 부모는 더 심하다.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출생증명서 이외에 전기료 감면 신청서, 도시가스요금 감면 신청서, 난방비 감면 신청서, 다둥이카드 신청서 등을 작성해 제출해야 하고 각각의 신청서에 대해선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도 내야 한다.
행자부는 행복출산 원스톱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관련 구비서류도 크게 간소화하기로 했다. 3월 말부터 출산 지원 서비스 구비서류를 신분증, 통장사본 등 2개로 크게 줄였다. 자녀 출생 신고 시 거주 상황, 가족 관계 등을 파악해 놓은 뒤 이를 바탕으로 그 사람의 출산 지원 서비스 신청에 응하는 것이다. 또 한전, 가스회사, 지역난방회사 등과 협의해 신청서 제출 및 접수 절차를 없앴다. 현재 서울 은평구 등 4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시범 운영 중이고 3월 말 전국으로 확대된다.
3 저출산·고령화 가속
그동안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꾸준히 추진해왔음에도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은 1.3명 미만에서 10년 이상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저출산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국가위기 상황이 예고된다.
우선 노동력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평균연령이 2015년 40.3세에서 2030년이면 42.9세로 올라올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구매력이 높은 노동인구 감소와 구매력이 낮은 노인인구 증가로 소비·투자 증가율 감소, 내수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경제성장률은 2001∼2010년 4.42%에서 2051∼2060년 0.99%로 하락이 예상된다.
이외에도 저출산과 잠재성장률 둔화에 따라 총수입 증가율도 낮아지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등은 늘어나 국가 채무비율도 악화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 인프라 과잉공급, 병역자원 부족, 농촌 공동화 등도 우려된다.
4 만혼·비혼 해결 주력
정부는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을 만혼(晩婚)과 비혼(非婚)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해 추진한다. 가장 큰 결혼부담인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신혼, 젊은 부부에게 특화된 행복주택·전세임대·국민임대·분양전환임대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또 결혼이 늦는 이유의 하나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개혁 등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도 범부처 사업으로 진행키로 했다.
또 ‘일·가정 양립’을 목표로 취업모의 출산에 도움이 되도록 육아 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대체인력 지원 확대, 비정규직 육아휴직지원금 인상, 자동 육아휴직제 확산, 육아휴직개시권 법적 보장 등의 제도도 마련했다. 기존에 시행하던 출산 및 보육지원 서비스도 확대하면서 만혼과 비혼을 해소하는 대책을 중점적으로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5 저출산 해결 제도적 조건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노동계와 갈등을 겪고 있는 노동개혁이 필수조건이다. 성장과 고용의 연계성이 약해지고, 인력 미스매치와 일자리 격차가 심화하면서 청년의 결혼·출산의 전제가 되는 일자리 문제도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낡은 노동시장의 제도와 관행으로 일자리 창출력이 저하되고, 대내외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청년 취업이 어려워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임금, 근로시간, 고용관계 등 노동시장의 제도와 관행 전반에 걸친 종합적 개혁을 단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장년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청년 신규채용을 이뤄내면 저출산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노동개혁에 따라 앞으로 5년간 28만 개의 청년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6 지자체·기업의 역할
저출산 대책에서 마련된 제도만으로는 저출산 해소를 기대하기 어렵다. 제도가 마련되면 그것을 이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장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많이 만들어도 기업은 물론 국민의 인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저출산이 해소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저출산 해결은 남성의 가사분담, 기업의 일·가정 양립 실천 분위기, 생명존중 등 사회의 인식·문화·행태가 바뀌어야 하는 문제”라며 “정부 정책만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으므로 시민단체·종교계·기업·지방자치단체 등 사회 전체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출산은 특정한 성이나 계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범사회적으로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기업은 육아휴직·출산휴가 등을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부는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남성들도 육아 참여 등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등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7 3년째 ‘출산율 1위’ 해남
전남 해남군의 합계출산율은 2014년(2.433명)까지 3년 연속 전국 1위였다. 오는 7월쯤 발표되는 2015년 합계출산율도 1위가 확실시된다. 2015년 해남의 신생아 수가 843명으로 2014년의 823명보다 많기 때문이다. 해남의 출산율이 높은 것은 2008년부터 출산장려 부서를 신설해 지속적으로 정책을 개발·시행해온 덕택이다. 2010년 박철환 현 군수 취임 후 가속도가 붙었다.
군은 양육비를 첫째아이에게 300만 원, 둘째아이는 350만 원, 셋째아이 이상은 600만 원을 18∼24개월에 걸쳐 분할지급한다. 또 아이가 태어나면 출산 사실을 지역 신문에 광고해 모두 축하해주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원할 경우 신생아 이름도 지어준다. 이와 함께 산모들에게 필요한 쇠고기, 미역 등은 택배로 배달해준다. 만 12세가 될 때까지 주요 감염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무료로 해준다. 지난해 9월에는 전국에서 최초로 정부 승인을 받은 공공형 산후조리원을 개원해 출산 여건을 개선했다.
8 공공산후조리원 정책
경기 성남시는 ‘3대 무상복지 정책’의 하나로 공공산후조리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까지 수정·중원·분당구에 각각 1곳씩 공공산후조리원을 건립해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 시는 지난해 말 국가나 지자체가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한 모자보건법이 통과됨에 따라 법이 시행되는 7월부터 운영계획 등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시는 또 지난 7일부터 산모들을 대상으로 1인당 25만 원의 산후조리지원금을 나눠주고 있다. 시는 한 해 동안 9000명 정도의 산모가 지원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사업비 56억 원을 확보한 바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이 같은 공공산후조리 관련 사업비가 담긴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킨 성남시의회의 결정이 상위법인 사회보장기본법 등을 위반했다며 재의를 요구했다. 시가 이를 거부하자 최근 대법원에 ‘예산안 의결 무효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사회보장기본법은 지자체장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성남시는 복지부와의 협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경기도 주장이다.
성남시는 복지부에 사업 신청을 제출한 행위로 협의가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제처는 이 조항의 ‘협의’를 ‘동의 또는 합의’로 해석하고 있다. 성남시의 공공산후조리원 사업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지자체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동시에 퍼주기식 복지정책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적지 않아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9 해외의 성공적 저출산 대책
유럽 선진국도 저출산이 심각했지만, 각종 정책을 추진해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프랑스와 스웨덴이다. 프랑스의 경우 1990년대에 1.65명까지 떨어졌던 합계출산율이 2008년에 2.0명, 2012년 2.01명까지 상승했다. 스웨덴 출산율은 1999년 1.5명에서 2014년 1.91명으로 증가했다.
프랑스의 경우 ‘아이는 여성이 낳지만, 사회가 함께 키운다’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이를 갖게 되면 임신부터 3세까지 매달 수당을 지급하며, 육아휴직기간에는 매달 500유로(약 65만 원) 이상을 지원한다. 육아휴직 이후에는 동일한 직위와 임금으로 복귀를 보장하며, 두 명 이상의 자녀가 있으면 가족수당이 지급된다.
스웨덴의 경우 정부가 육아휴직을 남녀 모두에게 부여하는 ‘부모휴가제도’를 만들었다. 남성에게도 일정 부분 보육의 책임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두 나라의 공통된 특징은 양성평등에 기초한 사회라는 점과 사회 정책적으로 일·가정 양립의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출산과 양육을 모두 책임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10 저출산과 맞물린 고령화 대책
정부는 노인 인구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고령사회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노후 소득과 건강 등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대비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무소득 배우자의 추후 납부를 허용하고 가입연령을 완화하는 등 국민연금 가입자를 확대한다. 또 국민연금과 함께 노후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인 주택연금도 확대하기 위해 주택가격 한도 폐지 등을 추진키로 했다.
이외에도 지역사회 중심의 만성질환관리제도화, 간병부담 경감을 위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전체 병원 확대, 가정호스피스 제도화 등 노인 의료·돌봄 지원도 강화한다. 아울러 전직지원 의무화, 고령친화산업 육성 등 중고령자가 새로운 직장을 얻어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고용과 관련 산업 대책도 추진한다.
이용권 기자·해남 = 정우천 기자·성남 = 박성훈 기자
freeuse@munhwa.com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