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칙개봉 다시 ‘고개’… 시장 왜곡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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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지난 주말 유료시사회
정식 개봉전 미리 공개 ‘꼼수’
관객 수 부풀리며 기선 제압
스크린 독과점 이어 혼란 야기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이어 ‘변칙 개봉’까지 다시 고개를 들며 국내 영화시장의 유통 질서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오는 17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데드풀’(사진)이 지난 13∼14일 8만8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르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 영화의 수입·배급사인 이십세기폭스코리아가 CJ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체인 120여 개 상영관에서 밸런타인데이 특별 유료시사회를 진행한 것. 이 영화는 또 개봉일에 하루 앞서 16일 전야상영회도 열기로 했다.

주말 유료시사회는 정식 개봉 일자보다 한 주 정도 앞서 영화를 미리 공개하는 것으로, ‘시사회’라는 명목이지만 이벤트 추첨을 통하지 않고 관객이 직접 관람권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는 미리 관객 수를 부풀려 다른 영화들을 기선 제압하는 수단이다. 또 전야상영회는 하루 먼저 영화를 개봉해 극장가를 선점하고 입소문을 내게 하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변칙 개봉은 대기업 투자배급사와 할리우드 직배사를 중심으로 관행처럼 이어져 오다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중소 수입사 등 영화계의 반발에 부딪혀 2014년 이후 사라졌다.

설 연휴 기간 전체 스크린 수의 75%에 달하는 1800여 개 스크린을 점령해 독과점 논란을 일으킨 ‘검사외전’은 지난 주말(12∼14일)에도 여전히 1600개가 넘는 스크린을 잡고 135만7678명(누적 관객 수 804만5020명)의 관객 동원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쿵푸팬더3’(스크린 수 734개·36만6514명·누적 관객 수 368만8060명)로, 1·2위 영화가 보유한 스크린 수가 전체의 85%에 달한다.

일부 영화의 스크린 싹쓸이와 변칙 개봉으로 작은 영화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이는 다양성 결여로 이어졌고, 관객의 영화 선택권도 실종됐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스크린 독과점과 변칙 개봉이 관객들에게서 폭넓은 영화 선택의 기회를 앗아가고 있다”며 “쿼터제 등 제어 장치 마련이 시급하고, 배급사들도 동업자 정신에 위배 되는 이기적인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