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겨울 산행은 기후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119 산악구조대가 지난 1월 1일 광주 무등산 국립공원에서 발목을 다친 탐방객을 들것에 실어 옮기고 있다. 뉴시스
해발 100m 높아지면 기온 0.65도씩 떨어져
땀 증발땐 체열 240배 빨리 식어 ‘저체온증’
한파가 매섭던 지난달 18일 국립공원 설악산에서 산행하던 김모(60) 씨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에 대비하지 못해 벌어진 안전사고였다. 당시 설악산의 기온은 영하 19∼25도. 하지만 초속 20m에 달하는 강풍의 영향으로 체감온도는 영하 30∼50도에 달했다. 겨울산행은 생명을 앗아갈 만큼 위험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2014∼2015년 전국 국립공원 21곳을 대상으로 집계한 안전사고 통계에 따르면 겨울철(12∼2월)의 방문객 수는 가장 적은 반면 사망자는 사계절 중 가장 많았다. 2014년 1, 2, 12월의 3개월간 국립공원 방문객 수는 732만6218명으로 연간 방문객 4640만6887명의 15.8%에 그쳤지만 사망자 빈도는 22.2%였다. 2015년 같은 기간의 방문객 비율은 16.6%지만 사망 빈도는 31.8%였다. 부상 빈도는 각각 16.9%, 15.6%였다. 주로 저체온증에 의한 심장 돌연사나 빙벽 추락사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김광진 안전대책부장은 “겨울이 다른 계절보다 방문객이 적은데 사망 사고는 높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산은 특히 기온변화가 심하다. 바람과 눈으로 체감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일이 빈번하므로 기상상황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난 시엔 저체온증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저체온증이란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뜻하며, 처음엔 몸이 심하게 떨리다가 졸음이 오고 의식이 희미해진다. 이런 상태가 1시간 이상 계속되면 결국 맥박과 호흡이 느려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김 부장은 “그런데 저체온증은 추운 겨울에만 걸리는 게 아니다. 한여름에도 비, 바람 등 날씨 변화로 인해 급격히 체온을 빼앗겨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면서 “저체온증이 의심될 때는 동행자끼리 서로 몸을 비벼서라도 체온을 올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에선 해발 100m 높아질 때마다 기온이 0.65도씩 떨어진다. 해발 1500∼2000m 산은 정상과 평지의 기온 차가 10도쯤 된다. 산에서는 또 바람이 초속 1m 빨라질 때마다 체감온도는 1.65도나 하강한다. 예를 들어 평지 기온이 0도일 때 1000m 높이의 산에서 초속 10m로 부는 바람을 맞는다면 우리 몸이 느끼는 온도는 영하 22.5도가 되는 셈이다. 특히 땀이 증발할 땐 240배 빠르게 몸의 열기를 빼앗아간다. 몸에 이상이 있다고 느끼고 채 1시간도 안 돼 저체온증의 위험상태에 빠진다.
따라서 겨울철 산행을 즐기기 위해선 평소보다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윤재학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 부원장은 “겨울 산행에선 출발하기에 앞서 우선 등산복, 등산화 등 복장에 유의해야 한다”며 “등산복은 겹쳐 입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레이어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퍼스트, 미드, 프로텍션 등 3겹이 기본이다. 퍼스트 레이어는 속옷이다. 땀을 잘 흡수하고 빨리 마르는 소재가 좋다. 미드 레이어는 보온성과 통기성이 중요하다. 몸의 체온을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 프로텍션 레이어는 겉옷이다. 습기를 막고 바람을 차단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고어텍스 재킷이다. 등산화는 발목이 높고 밑창이 두툼한 게 겨울용으로 적합하다. 최근에는 등산화 끈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다이얼 버튼식 등산화가 많은데 당일 산행엔 상관없지만 장기간의 등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배낭은 작은 것보단 큰 게 좋다. 보통 체격의 성인 남자는 40ℓ, 여자는 30ℓ 배낭이 알맞다. 짐을 넣은 뒤 배낭의 무게가 자기 체중의 15∼20% 되면 적당하다. 이의재 산악연맹 사무국장은 “산행 중 미끄러지면서 뒤로 넘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 이때 배낭이 중요하다”면서 “여유 있는 크기의 배낭이 ‘에어백’의 역할을 해 더 큰 부상을 방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등산 스틱은 특히 하산할 때 몸의 중심을 잡고 체중을 분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틱은 손잡이 부분이 길어 잡기에 편하고, 회전형보다 레버형으로 길이를 조절하는 제품이 더 안전하다. 간식, 물병, 헤드 랜턴, 여벌의 옷, 휴대전화와 배터리 등은 필수다. 간식으론 휴대하기 편하고 열량이 높은 초콜릿, 마른 과일이 좋다.
‘나 홀로’ 등산은 될 수 있으면 삼가는 게 좋다. 2∼3명이 그룹을 이루면 예기치 못한 사고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만약 혼자 가게 된다면 가족이나 지인에게 반드시 행선지를 알려준다. 만약 산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에는 외부와 연락하는 게 급선무다. 요즘엔 산에서도 휴대전화 통화가 되는 곳이 많다. 우선 산의 능선이나 통신설비가 있을 만한 곳에 최대한 가까이 가 조난 신고를 한다. 자신의 위치는 등산로에 500m 간격으로 설치된 다목적 위치표지판의 번호를 참조하면 된다.
공단이 운영하는 안전산행 정보도 활용할 수 있다. 공단은 산행정보 애플리케이션과 국립공원 홈페이지를 통해 탐방로의 기상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안전예보를 제공하고 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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