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7일 외교부 청사 장관접견실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 조성된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이 안타까운 듯 얼굴을 감싸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2016년 초 한반도는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북한의 ‘1·6 4차 핵실험’‘2·7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은 그 이전과 이후가 질적으로 구분되는 터닝포인트를 이룰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16일 특별 국회연설이 ‘2·16 독트린’으로 평가되는 것도 이 같은 기류 변화를 반영한다. 박 대통령은 2013년 한반도신뢰프로세스, 2014년 드레스덴 선언, 2015년 남북 고위당국회담 등을 열거한 뒤 기존의 것들이 ‘이제 더 이상은 없다’는 취지로 사실상 폐기 의사를 밝혔다. 대신 새로운 기조,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언했다. “더 이상 북한의 기만과 위협에 끌려다닐 수는 없다” “이제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근본적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단호함 속에 질적 전환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대통령 연설의 의미와 관련, “북핵 문제의 근본적 성격 변화”라는 진단에서부터 해법을 풀어갔다. 이전에는 북한이 핵 포기를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정책을 짰다면, 김정은 시대의 북한에는 이를 절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완전하게 새로운 틀과 대응전략을 짠다는 의미다. 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핵 개발 야욕을 중증 질환에 비유했다. “병이 심각한 만큼 처방의 구성요소 배합도 바뀔 수밖에 없고, 총체적인 측면에서 지금과는 다른 처방전을 써야 한다는 게 박 대통령의 메시지”라는 해설이 따랐다. 대표적 처방이 10일 전격 발표된 개성공단 전면 중단선언이다. 14년 만의 중대 변화다. 윤 장관은 개성공단 중단 발표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고강도의 대북제재를 설득하는 데 탄력을 받은 사실도 털어놨다. 윤 장관은 9~1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와 독일 뮌헨 안보회의를 찾아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 인사들을 모두 만나 강력한 북한 응징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이처럼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해법을 주도하겠다는 방침도 새로운 전략의 일환이다. 윤 장관 인터뷰는 17일 서울 외교부 청사 접견실에 이뤄졌다. 북한에 대한 단호함과는 달리 민감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서는 예봉을 피해갔다. 이렇게 해서 3시간 가까이 인터뷰가 진행됐다는 사실은 윤 장관이 얼마나 능수능란한 외교관인지를 보여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외교통상부 장관 재임 시 인터뷰했던 때를 생각나게 했다. ‘기름 장어’는 반 총장의 대표적인 별명이다. 북핵 책임 장관으로 워낙 바쁜 탓인지 윤 장관은 약속 시간보다 20여 분 늦게 나타났다. 대신 그는 “차수 변경을 통해서라도 (자정 이후까지) 원하는 시간만큼 충분하게 답변하겠다”는 농담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박 대통령 연설이 대북정책 대전환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질적 변화의 핵심은 뭔가.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 질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북핵 문제의 성격을 바꿀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을 담고 있다. 엄중한 상황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응이 필요하다. 뉴욕과 뮌헨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개성공단 중단 조치도 앞으로 북한문제, 북핵문제에 대해 어떠한 자세로 임해야 할지 정부의 시각을 큰 틀에서 보여준 것이다. 상황변화에 맞는 정책의 조정, 진화가 있을 것이다. 북핵 문제가 하나의 질환이라고 한다면 병이 심각한 것만큼 처방의 구성요소 배합도 바뀔 수밖에 없다. 외교분야, 안보분야, 남북관계 분야 등 총체적인 측면에서 지금과는 다른 처방을 써야겠다는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북핵이 어떻게 성격이 변화했다고 진단하나.
“중요한 건 북한의 핵 개발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이다. 이번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의 성격은 과거에 비해 굉장히 심각하다. 단순히 또 하나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볼 수 없다. 대응이 과거처럼 되풀이될 경우 결국 5차·6차 핵실험, 7차·8차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도 우리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국제사회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3차 핵실험 때는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걸 몰랐다는 얘기인가.
“그건 아니다. 우리를 포함해 많은 나라가 그런 방향으로 계속 갈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추가 실험을 방지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의 경고와 조언을 무시하고 북한이 막가파식으로 행동했을 때 이제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무관용 자세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개발 의지와 국제사회 비핵화 의지가 정면충돌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대통령 표현대로 애써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정부나 국제사회 모두 북핵 6자회담의 재개 노력을 포함해 외교적 노력을 통한 비핵화의 진전을 기대하고 희망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와 역행하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분명한 의지다.”
―김정은 정권을 겨냥, 레짐체인지가 대통령에 의해 직접 언급된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정치적으로 선전포고한 느낌인데 체제 생존 위협 의미도 있나.
“북한이 핵 개발을 하는 한 그런(체제생존이 위협받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신 거다. 유엔 안보리 결의나 각국 차원의 독자적 제재 조치, 주요국의 대북압박 조치가 북한에 여러 가지 형태로 고통을 줄 것이다. 그런 고통이 북한으로 하여금 전략적인 계산을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북한 정권을 변화시키는 방법론이 여간 쉽지 않아 보인다. 핵심 카드는 이미 사용했고, 남은 정책 수단은 별로 없는 듯한데.
“굉장히 엄중한 상황이 대두됐기 때문에 외교든 안보든 남북관계든 지금과는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는 쪽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여러 부서별로 압박 조치를 검토하게 된다. 개성공단 중단이 시작인 만큼 앞으로 다양한 조치 가능성이 있다. 북핵문제가 북한문제의 일부인데 대표적인 것이 북한 인권문제다. 또 16일 안보리 공개토의에서는 동남아 국가 등이 북한이 단순히 안보리 제재결의 위반을 넘어 유엔 헌장 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터부시 됐던 논의가 나오기 시작한다는 자체가 상당히 주목할만한 상황이다. 인권 의무 위반, 안보리 결의 위반, 유엔 헌장 위반 등 상습적인 위반자에게는 가중 처벌이 필요하다. 곧 유엔 안보리 결의가 나오면 과거와 차별화되는 강도 높은 결의안이 될 텐데 근거는 바로 이런 상습적이고 노골적인 위반에 따른 것이다. 위반의 빈도와 무게에 상응하는 제재가 가중처벌로 따르게 된다.”
―장관이 아무리 ‘끝장 결의’를 얘기해도 과연 되겠나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나중에 내용을 보게 되면 과거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강도가 얼마나 센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결의안의 요소들이 많이 강화되고, 없는 요소들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상황의 엄중성에 맞는 상당히 아픈 결의안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끝장 결의는 끝장 제재가 될 정도로 강력해야만 북한의 추가적인 위반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인데 이번 결의에 그런 인식이 많이 들어갈 것이다.”
역시 관건은 중국이다. 3차례의 북핵실험 이후 나온 유엔 안보리 결의에 중국은 늘 제동을 걸었다. 제2094호까지 기존의 안보리 결의는 북한이 솜방망이 처벌로 받아들이고 눈 하나 까딱 안 하고 있다. 배후에 든든한 중국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이 망할 정도의 제재는커녕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을 무력화시킬 지렛대로 북한카드를 활용한다는 의구심에서 벗어나지 못해왔다. 매번 중국이 합의하는 최소 수준이 안보리 제재의 최대치가 돼왔다. 윤 장관이 중국의 태도 변화를 강조해도 별로 믿기지 않는 배경이다. 그래도 윤 장관은 희망 사항 수준을 넘어 실제로 이번에는 중국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득하는 데 공을 들였다. 북한을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전략적 부담으로 느끼는 중국민의 달라진 여론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하나의 논거였다.
―중국의 태도 변화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번에도 북한이 망하지 않을 정도의 제재로 선을 그을 텐데.
“핵심 당사국(미국과 중국을 의미) 간에 이견이 상당히 좁혀지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중국도 과거보다 강력한 결의를 채택하는 데 동의하고 있다. 1차·2차·3차 핵실험 때와 차원이 다를 정도의 총력외교를 정부가 펼치고 있고, 미·중·러를 포함한 핵심국가들이 상당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분명하고도 강력한 신호가 전달될 것이다. 최근 중국 환추스바오(環球時報)의 보도도 있었다. 중국민 60% 이상이 북한을 이제 큰 부채로 여기고 있는 점도 상당히 중요한 변화다. 또 중국이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데 찬성한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다. 중국도 과거에 비해 국민들의 여론을 보다 많이 반영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이런 중국의 여론이 나름대로 중국정부 정책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당연한 추세라고 생각한다. 또 러시아 고위인사가 공식적인 논평을 통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의 노골적인 위반(flagrant violation)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과거에는 없었다. 이런 인식들이 안보리 결의에 묻어날 것이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선언은 박근혜정부에 여러 차원에서 중대한 시련을 안겨줬다. 남남갈등, 남북관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와 맞물린 국제법적 논쟁 등이다. 사실상 마지막 끈으로 여겨지는 남북 간 연결고리를 끊는 결단의 과정에는 그간 국제사회의 의구심 해소도 주요 이유로 작용했다. ‘왜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되는 ‘벌크 캐시(bulk cash·대량 현금)’의 유입 금지를 주장하면서 개성공단만 남북 관계의 특수성으로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하느냐는 의문이었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문제 제기 강도와 빈도가 특히 4차 핵실험 이후 세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낼 필요성과 동시에 이 같은 문제점도 해소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우리를 결기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데 실제 도움이 되나.
“기본적으로 이번 조치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압박 조치에 직접 당사자인 우리가 한편으로는 동참하고 한편으로는 이를 주도한다는 측면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간 외국의 일부 언론·학계 등 각계 차원에서 그런 (우려와) 관심들이 표명돼 왔다. 특히 최근 주변국을 포함해 적잖은 나라들이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외화 유입 문제에 대해 관심을 많이 피력해왔다. 각국의 여러 계층과 분야에서 관심과 지적들이 제기돼왔다. 북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후 그런 견해들이 더 많이 나왔다. 새로운 국제사회의 분위기로 과거보다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국제사회에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 압박조치를 취하자고 외교노력을 전개하고 있는데, 국제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그런 문제에 대해 우리가 해야 할 조치는 안 하면서 다른 나라들에 대해 강하게 제재해 달라, 압박해달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 측면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중국에 대북 원유공급량을 줄이라든가, 이런 설득을 했는가. 이에 긍정적인 답변이 있는가.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공조를 하는 데 있어 모든 주요 행위자들이 각자 나름대로 독자적 판단에 따라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게 (개성공단 조치의) 핵심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대로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텐데 미국은 미국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또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나름대로 굉장히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는 연장선상에서…. 어차피 우리가 행동하거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그런 것들을 다 느낄 것이다. 대화 상대방들이 이번 중단 조치에 대해 받아들이는 메시지가 있지 않겠나. 많은 우방국은 우리가 오죽하면 개성공단을 완전중단할 정도까지 왔을까, 이에 대한 우리의 결기와 불가피성을 이해하는 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7일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역대 외교장관들의 사진이 걸린 방을 돌며 여러 에피소드를 설명한 뒤 걸어 나오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2월 10일 발표한 그날 굉장히 중요한 독자적인 제재 조치가 많이 이뤄졌다. 아무런 형용사, 사족이 없는 일본의 북한 기항 선박의 입항 금지는 해운 관련 조치 중 가장 강력한 제재다. 일본 정부로서는 어렵지만 중요한 결단이다. 같은 날 미국은 의회에서 북한만을 타깃으로 한 가장 강력한 제재안을 통과시켰다. 더 이상 추가할 소지가 없을 정도로 모든 요소를 다 포함시켰다. 세컨더리 보이콧 요소도 포함됐다. 이번처럼 초당적으로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표로 채택한 것도 미국 역사상 예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 제재안의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과 관련, 미 행정부에 위임권한을 주면서 실제 버락 오바마 정부는 중국과의 경제 마찰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회피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는데.
“미 행정부가 취할 조치를 이 단계에서 예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국이 느끼는 상황의 엄중성과 북한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못지않게 미국도 거의 똑같은 인식과 의지를 갖고 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둘러싼 개성공단 핵무기 개발 전용 ‘증거자료’ 유무 논란이 국제사회에서 이슈화하지 않겠나.
“핵심은 결과적으로 개성공단 돈들이 북한 지도부로 유입됐다. 결국 우리가 공동번영을 위해 선의로 취한 조치들이 북핵·미사일 발사라는 악의로 되돌아온 거에 대해 우리나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나 분명히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절차적인 건 따로 있으니까 지켜보자.”
―한·중 관계가 원점으로 회귀한 건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거세다.
“특정 이슈가 한·중 관계를 흔들어댄다는 식으로 볼 필요는 없을 거 같다. 3년 동안 탈북자 문제, 방공식별구역 문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 등 어려움이 좋은 기회로 전환됐다. 사드 배치는 한·미 간에 협의하는 문제지만 주변국들의 관심이 있으니까 잘 소통해나가면서 이해를 제고시킬 것이다.”
―사드는 미·중 간 패권 충돌의 맥락에서 보다 복잡한 사안 아닌가.
“특정 사안이 한·중 관계의 뿌리를 흔든다고 볼 필요는 없다. 양국 이해관계가 많은 부분에서 일치한다.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 동북아 안정과 번영을 이루는 데 서로 중요한 파트너다.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에 대한 공통의 이해가 있다. 사드의 본질은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목표가 북한이고, 강대국 간의 지정학적 갈등·충돌이라는 시각에서 볼 필요는 없다. 소통을 통해 이견을 좁히고 오히려 한·중 간, 한·미·중 간, 5자 간에 북핵 문제 협의를 강화하는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주변국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우리가, 미국이 할 수도 있는 거다.”
―중국은 왜 북핵보다 사드를 더 비난하나.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의 자위적 측면을 인정하지만 그것을 넘는 측면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철두철미하게 북한 위협에 상응하는 조치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계기가 있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핵을 갖고 있어도 된다는 속내 때문 아닌가.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의 좌절감과 분노는 엄청나게 크다. 한·중 회담에서도 강력한 조치를 통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했다. 중국식 표현으로 굉장히 강한 표현들인데 실제 마음은 더 강하다. 그런 점에서 대중 외교 실패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궁극적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지혜가 있다. 외교당국자의 역할은 난이도가 6이든, 8이든, 9든 어떤 노력을 통해서든 풀어내는 일이다. 자신감이 결여되면 못한다. 안보리 제재 결의도 우리 기대에 근접한 결과가 나온다면 (난관 극복) 사례로 추가될 것이다. 한·미, 한·중, 미·중 연결고리와 유엔 안보리에서의 ‘동료 압박(peer pressure)’을 통해 중·러도 명분을 거부할 수 없는 상태에 오게 됐다.”
―북핵 성격 규정을 달리하게 되면서, 즉 김정은이 절대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과 맞물려 독자적 핵무장론이 확산되는 기류다.
“오죽하면 이러한 여론까지 나올 정도로 북핵·미사일 위협이 심각해졌는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대응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인식에서 나온 걸로 물론 이해는 한다. 그러나 핵무기 없는 세상은 한반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처럼 정부의 비핵화 의지는 분명하고 변함이 없다. 혹시라도 미국의 한반도 안보 공약이 북한의 핵 공격과 관련해 미흡할 수 있지 않으냐는 문제 제기인데 이는 이해가 조금 부족한 데서 나오는 거 같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큰 법적 토대가 있고, 수십 년 동안 양국 국방장관 안보 협의 때마다 핵우산·확장억제·맞춤형 억제전략 등을 통해 재확인해왔으며 제도적 장치로 매년 보다 구체화, 진전시키고 있다. 통합 대응능력이 보다 강화되고 있다. 미국이 동맹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의심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본다.”
―상호방위조약에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자동개입 조항이 없다는 데 대한 우려도 많다.
“중요한 것은 결국 이러한 조약을 이행(implement)하기 위한 메커니즘이다. 한·미 국방부장관회의가 지금 안보협의 아닌가. 1968년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50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다. 1976년 처음 외교부에 들어온 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조약과 한·미 동맹 조약, 상호방위조약을 비교하는 일이 많았는데 두 조약은 기본적으로 유사하다. 핵우산 관련 표현이 어떻게 바뀌는가, 한반도 방위공약 관련 표현이 어떻게 진화하는가를 항상 체크하는 게 내 역할 중 하나였다. 미국의 대한방위공약은 50여 년간 재확인돼왔고, 매번 표현은 더 강화되고 진화하고 있다.”
안팎의 모든 걱정거리가 윤 장관에게 가면 성격이 달라진다. “불가능해 보이는 게 가능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가능의 영역에서 진전의 영역으로, 결국 원하는 결론을 얻기까지 노력한다.” 외교당국 책임자로서 맥락에 전혀 맞지 않는 ‘축복론’을 강변하다 된서리를 맞았던 윤 장관, 천성적인 낙관주의도 한몫한 듯했다. 그는 이날도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art of the possible)”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 김상협 부장 (정치부) jupiter@munhwa.com
![<em class='emp_01'>[속보]</em>윤 대통령, 공수처장 후보에 오동운 지명…미성년자 성폭행범 변호 이력 논란 일 듯](http://image.munhwa.com/gen_news/202404/2024042601039910119002_s.jpg?v=20240427005704)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