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푸드>충혈된 눈, 흰자위에 분포된 실핏줄이 손상돼 부은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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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래끼·안구건조증·결막염 등 안질환이 원인

회사원 박모(46) 씨에게 얼마전부터 대화를 나누는 상대의 눈을 피하는 습성이 생겼다. 토끼눈처럼 붉은 빛을 띠게 된 눈을 보이기 싫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눈에 피로가 쌓여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지만, 박 씨의 토끼눈은 좀처럼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충혈은 평소 흰자위에 분포되어 있던 실핏줄(모세혈관)이 어떠한 자극으로 인해 부은 현상을 말한다. 즉, 평소 미세하게 보이던 혈관이 확장되면서 눈동자가 빨갛게 보이는 것이다. 충혈이 심한 환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안구의 변색이다. 붉게 핏발이 선 눈은 보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어 대인관계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충혈은 다래끼, 안구건조증, 결막염, 급성녹내장 등 수많은 안질환의 공통 증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볍게 일시적인 증상으로 여기고 위험 신호를 무시하면 안질환이 악화될 수도 있다.

충혈은 크게 결막 충혈과 섬모체 충혈로 나뉜다. 먼저 결막 충혈은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아 나타나며 안구건조증, 알레르기, 세균성 결막염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눈에 이물질이 있는 것처럼 따갑거나 뻑뻑한 증상을 호소하고, 눈이 시리거나 외부 자극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반면, 섬모체 충혈은 눈 안의 염증 때문에 생길 수 있다. 검은자 주위에 선홍색을 띠는 증상이 나타나고 포도막염, 녹내장, 홍채염 등의 안과적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심하면 실명할 수도 있다. 이밖에도 선홍색 날개모양의 살이 검은자위를 덮는 익상편과 검은자 주변에 흰점이 나타나는 검열반 등의 초기 증상으로 심한 충혈이 나타날 수 있다.

결막 충혈과 섬모체 충혈의 원인은 다양하므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건조증으로 인한 증상이면 인공누액, 알레르기 결막염은 항히스타민 안약으로 치료하며, 세균성 질환은 항생제 안약을 사용한다. 포도막염은 스테로이드로 치료한다. 과거에 일부 안과 의사들이 결막의 일부를 제거하고 항암제를 사용해 충혈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했는데, 부작용이 심각해 현재는 더 이상 시행하지 않는다. 주의해야 할 것은 안압이 높아서 생기는 충혈이다. 자칫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녹내장의 초기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충혈만큼이나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눈에 피가 고인 것처럼 보이는 결막하 출혈이다. 이 질환은 핏줄이 부어 생기는 결막 충혈과 달리 눈의 흰자위 부분에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혈관이 터진 것으로 피부로 말하면 멍이 든 것과 같다. 결막하 출혈은 외상에 의해 많이 발생하지만, 워낙 결막의 혈관은 가늘고 약하기 때문에 기침을 하거나 눈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힘든 일을 했을 때도 나타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도움말 =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안과 과장 강승범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