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경매전 ‘망 구축 의무화’ 시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안은진 기자 eun0322@

미래부 “경제활성화 위해 기지국 더 만들라”
이통3社 “과잉투자 우려에 통화품질도 저하”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주파수 할당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과도한 ‘망 구축 의무’를 설정해 경매 시작 전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주파수 경매 계획안에 명시된 망 구축 의무가 기존에 설치된 기지국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과잉투자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나치게 촘촘한 기지국은 기지국 간 경계지역을 늘려 오히려 통화 품질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지난 18일 발표한 주파수 할당공고에서 이동통신 3사가 이번 경매에서 주파수를 할당받으면 광대역(상·하방 40㎒ 혹은 기존 확보 대역과 결합 시 40㎒)의 경우 4년 내 전국망 기준 65% 구축, 협대역(상·하방 20㎒)은 40% 구축 의무를 부과했다.

LTE 전국망(읍·면·리까지)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10만6000개의 기지국이 필요한데 광대역의 경우 4년 내 이의 65%인 6만8900개를, 협대역은 40%인 4만2400개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2013년 경매 당시 광대역 기준 5년 내 30% 구축 의무보다 대폭 강화된 조치다. 미래부가 이같이 망 구축 의무를 강화한 이유는 투자를 활성화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미래부 측은 최근 열린 주파수 토론회에서 “국가자산인 주파수를 독점해 사업을 영위한 사업자들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국민 서비스를 높이고 중소기업에도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래부가 망 구축 의무를 부과하면서 기존에 설치한 기지국은 제외키로 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 사업자가 특정 주파수 대역을 획득, 망 구축 의무를 완료하면 전국망 기준인 10만6000개를 넘어서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2.6㎓ 대역에서 현재 6만 개 수준의 기지국을 운영하고 있는 LG유플러스가 이번 경매에 나온 2.6㎓ 대역의 주파수(광대역)를 추가로 획득, 4년 뒤 6만8900개의 기지국 추가 설치를 완료하면 해당 대역에만 약 12만8900개의 기지국을 보유하게 된다. 2.1㎓ 대역에서 5만 개 수준의 기지국을 운영 중인 SK텔레콤이 이번 경매에 나온 2.1㎓ 대역에서 추가로 주파수(광대역)를 획득하면 역시 11만8900개의 기지국을 보유, 10만6000개를 넘어서게 된다. 현재 1.8㎓에서 10만 개 수준의 기지국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KT가 1.8㎓ 대역에서 추가로 주파수(협대역)를 획득할 경우도 4만2400개의 기지국을 추가로 세워야 해 해당 대역 기지국이 14만2400개에 달하게 된다. 업계에서 과잉투자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견 기지국을 많이 설치하면 그에 비례해 통화품질이 좋아진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지국이 많아지면 기지국 간 전파 간섭 현상이 심해져 통화 품질이 더 나빠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전파 간섭은 주로 기지국 간 경계지역에서 양쪽 기지국에서 휴대전화에 쏜 주파수 신호 혼선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지국이 많아지면 경계지역도 당연히 많아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과잉투자는 결국 소비자 부담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