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빅 데이터’ 축적한 페이스북, 美 대선 좌우할 ‘큰손’ 될까

- 역할 커지는 SNS ‘정치 중립성 논란’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
“장벽 세우자는 목소리 걱정”
개발자 회의서 트럼프 비판

16억명 개인정보·검색기록
정치적 영향력 행사 가능성
“기업 도덕성과 직결” 우려도

전 세계에 16억 명의 가입자를 둔 페이스북이 올해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바꿀 수 있을까. 미국에서 최근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CEO가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을 비판하면서 SNS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형 정보기술(IT) 업체가 가입자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빅데이터(Big Data)를 축적한 뒤 이를 분석, 가입자들을 특정한 정보에 자주 접하게 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인 셈으로, 기업의 도덕성과도 직결된다는 비판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발단은 저커버그 CEO가 지난 13∼14일 페이스북 연례 개발자 회의인 F8에서 “연결된 세계와 지구촌 공동체라는 생각에 반해 내부로만 향하는 사람들과 국가가 있다”고 트럼프를 간접 비판하면서부터다. 저커버그는 트럼프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의 핵심 주장인 “(이민을 막는) 장벽을 세우고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자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또 저커버그는 “이들은 표현의 자유를 막고 이민을 저지하며 무역을 축소하려 한다”면서 “심지어 인터넷 접근까지 차단하려는 경우가 있다”고 우려했다. 저커버그는 전 세계 IT 전문가들을 미국 실리콘밸리로 끌어모으는 H-1B 전문직 취업비자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해온 바 있다.

저커버그뿐만이 아니다. 회의에 참석한 페이스북 직원들은 저커버그에게 던질 질문을 선정하는 사전 투표에서 “2017년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는 사태를 방지하는 것을 돕기 위해 페이스북이 어떤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5번째로 가장 많이 뽑았다. 저커버그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변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페이스북의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이 든다는 여론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은 충분한 셈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캠프는 지난 17일 곧바로 “트럼프는 페이스북 최고의 스타로, 페이스북이 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페이스북에 간접적 경고를 던졌다. 일부 언론들도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방대한 가입자들의 개인정보와 검색 기록을 통한 선호 분석 등을 해서 가입자들의 관심을 얼마든지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 특히 올해 대선처럼 민주·공화당 지지자가 50대50에 가깝게 양분된 상태에서 단 1%라도 페이스북에 의해 정치적 지지 후보가 바뀐다면 그 결과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는 대선 후보들이 페이스북 등 SNS를 적극 선거에 활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저커버그가 비판한 트럼프는 지난 19일 뉴욕 경선을 앞두고 페이스북을 통해 200만 명과 소통했을 정도로 SNS를 주요 선거운동 매개체로 삼고 있다. IT 전문 매체인 기즈모도(Gizmodo)는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미디어 회사로 생각하지 않지만, 페이스북은 기존의 어떤 매체보다도 더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트위터 등 SNS는 물론, 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검색엔진 업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입자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정보라는 점에서 합법적인 데다, 페이스북 등이 언론·출판의 자유를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1조에 근거해 얼마든지 가입자에게 특정 정보를 제공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USA투데이는 최근 분석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가입자에게 뭘 보여줄 것인지를 결정하며, 2014년에는 가입자의 감정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감정 조작’ 실험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IT 전문 기자인 줄리앤 산체스도 최근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과 구글은 어떤 선거에서도 결과를 크게 뒤흔들 수 있는 힘과 합법적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게다가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비밀스럽게 특정 정치적 견해를 조장하더라도 외부에서는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물론 페이스북은 논란이 확산되자 성명을 내고 “우리는 중립적 기업으로, 어떤 인종·그룹과 관계없이 모든 후보가 토론의 장으로서 자신들의 의견을 공유하는 데 페이스북을 플랫폼으로 삼을 것을 권장한다”면서 정치적 편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시사 평론가인 앨럼 보카리는 “페이스북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으며, 이미 독일 정부는 페이스북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우려해 페이스북에 검열된 정보를 제공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면서 “페이스북이 이처럼 유럽 정치에도 이미 개입하고 있는데, 미국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말란 법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