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전문가들 “국책銀 造船지원, 통상마찰 우려”

통상전문가들 ‘치밀 대응’ 촉구

EU·日 ‘대우조선’ 문제제기
WP6 ‘WTO 규정 위반’논의

정부 ‘투자금 회수’설득 계획
“WTO 제소아냐” 확대해석 경계

국책은행의 조선·해운 등 특정 산업에 대한 지원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규정한 정부 보조금 논란으로 비화, 경쟁국 간 통상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통상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5월에 열리는 제122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선전문위원회(WP6)에 참석할 대표단을 꾸리고 있다. WP6에선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원이 WTO 규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는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이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WP6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정부 지원 문제가 일부 논의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본 등 경쟁국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원이 WTO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면, OECD가 아닌 분쟁해결 기능을 가진 WTO에 바로 제소했을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을 크게 문제 삼는다면,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라는 점을 강조해 채권단의 상업적인 투자금 회수를 위한 조치라고 강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상 전문가들은 앞으로 조선·해운 등 경기 취약업종에서 국책은행을 동원한 지원이 예고된 상황에서, 경쟁국들이 이를 정부의 지원금으로 규정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언제든 통상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정부의 치밀한 대응을 주문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WTO 회원국인 이상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나 공공기관의 민간기업 지원은 언제든 통상마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앞으로 조선·해운 등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된 상황에서 경쟁국이 공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류수현 한국관세학회 회장은 “WTO 체제 내에선 정부 지원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고려해 치밀한 대응 논리로 경쟁국의 문제 제기를 논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