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대상포진 걸려 병원다녔는데 위독說 퍼져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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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 인터뷰
“민들레의 영토는 내게 첫사랑
늘 마지막날로 생각하며 최선”

“요즘 몸과 마음이 아픈 분들이 많죠. 저도 지독한 병과 싸우며 고통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쿨’하려고 했어요. ‘나만 아픈 게 아니다. 약을 먹으면서 치료받을 수 있는 게 행복한 것’이라고. 이렇게 생각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항상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삶에 감사하게 됩니다.”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출간 후 40주년을 맞은 시인 이해인(71·사진) 수녀가 투병생활에서 우러나온 경험을 토대로 독자들에게 사랑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수녀는 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암 투병 중이던 지난해 12월엔 대상포진까지 걸려 병원에 다녔는데 그게 와전돼 위독설이 돌아 당황스러웠다”면서 “아직도 통증이 있지만 수도자로서 다시 한 번 죽음에 대비하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 수녀는 특히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로 생각하고 노력했다”고 했던 연설문을 인용해 “사실 2008년 대장암 판정을 받았을 때 심각한 상태였으나 늘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이 수녀는 앞서 4월 30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에서 ‘민들레의 영토’ 발간 40주년 기념 강연회를 열고 오랜만에 독자들과 만났다. ‘민들레의 영토’는 이 수녀가 종신 서원을 받은 것을 기념해 펴낸 서정시 모음이다. 그런데 이 시집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지금까지 무려 38만여 부가 판매되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이 수녀는 “‘민들레의 영토’는 문학적 가치를 떠나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아름다운 첫사랑”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강연회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뉴욕불광선원의 부주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혜민 스님, 여배우 김현주 등이 참석해 40주년을 축하했다. 이 수녀는 “혜민 스님과는 종교를 떠나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사이”라며 “김현주 양과도 2011년부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인은 1970년 가톨릭출판사의 어린이 잡지인 ‘소년’을 통해 등단했다. 이후 ‘민들레의 영토’로 대중적으로 알려졌고, 투병 중에도 작품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