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홍윤식(오른쪽)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12일 강원 원주시 신림면 황둔2리 마을과 ‘1사1촌 자매결연’을 한 뒤 사과 과수원에서 열매를 솎으며 직원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홍윤식(오른쪽)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12일 강원 원주시 신림면 황둔2리 마을과 ‘1사1촌 자매결연’을 한 뒤 협약서를 전달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행정자치부 - 원주 신림면 황둔2리 자매결연
지난 12일 오후 강원도 산골 5월 하늘이 유달리 맑았다. 원주시 신림면 황둔 2리 치악산 인근의 매봉산 능선 사과 과수원은 하얀 꽃밭이었다. 전체 9900㎡ 넓이에 줄을 이어 심어진 3년생, 7년생 1000그루의 사과나무마다 온통 하얀 꽃으로 덮여 빛났다. “스윽∼싹” 한번 가위질에 하얀 사과꽃이 우두둑 바닥에 떨어진다. “아이고 참, 못다 핀 꽃 한 송인데…. 아쉽네요.” 나무 맞은 편에서 이를 바라보던 딸인 듯싶은 여성이 떨어지는 꽃이 못내 아쉬운지 한마디 한다. “그게 더 좋은 사과를 위해서 하는 일이야. 과실 맺을 꽃을 고른다고 해서 적과(摘果)라고 하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의 이름은 민지원, 행정자치부 보건연구사다. 답을 한 작업복 차림의 이는 홍윤식(60) 행정자치부 장관이다.
“어찌 보면 나랏일이라는 것도 그렇지. 좋은 결실이 나도록 나라의 자원을 몰아주기도 하고, 나눠주기도 하는 거야. 사과를 키우는 농민의 마음으로 행정을 펼치는 게 가장 좋은 것이다 싶어.” 홍 장관의 말에 민 연구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행정자치부가 문화일보·농협중앙회·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펼치고 있는 ‘1사1촌운동 자매결연’ 행렬에 동참했다. 행자부는 이날 신림면 황둔2리와 ‘희망드림’ 자매결연을 하고, 정(情)을 다지기로 했다. 그동안 산하 기관이나 부서별로 농촌 마을과 자매결연은 하고 ‘1사1촌 운동’ 봉사활동을 벌여 왔지만, 행자부 차원에서 결연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결연 행사는 오전 11시 황둔2리 폐교를 개조한 마을 공동 시설에서 열렸다. 행자부에서 홍 장관을 비롯해 직원 70여 명이 참석했고, 마을에선 원창묵 원주시장을 비롯해 김기태 마을 이장 등 주민과 지역 관계자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김 이장은 “행자부와 자매결연을 하게 돼 영광”이라고 환영했다. 이에 홍 장관은 “진심으로 농촌을 이해하고 지속적인 농촌 일손돕기 활동을 펼치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장관과 시장이 출동한 행사였지만, 행사는 음악도 없이 조촐하게 진행됐다. 오찬 역시 행자부가 준비한 도시락과 마을주민들이 준비한 삶은 돼지고기, 원주 특산의 치악산막걸리를 폐교 운동장 한 귀퉁이에 앉아 먹는 것으로 진행됐다. 겉치레보다 실질을 중시하는 홍 장관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다.
1사1촌 운동이 전개된 지 이미 13년째. 이날 이뤄진 1사1촌 자매결연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행자부 나름의 고충도 있었다. 방대한 조직에다 각 지방자치행정을 담당하는 행자부 입장에서 더 많은 지역과 연을 맺기 위해 부서 차원의 결연활동을 펼쳐왔던 것. 그러나 홍 장관이 살펴보니 정작 장관은 1사1촌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홍 장관의 지적에 실무진이 머리를 맞댔고, 황둔2리가 자매마을로 선정됐다.
“제 고향이 강원도 강릉입니다. 그래서 원주도 낯설지 않습니다. 앞으로 자주 찾아 정을 나누겠습니다. 다만 자주 찾는다는 사실은 고향 강릉 분들에게 비밀로 해주세요.” 마을 특산물인 곤드레나물 등 산나물에 싼 따뜻한 돼지고기를 안주로 치악산막걸리 몇 순배를 걸친 홍 장관의 말에 마을 주민들이 “좋죠”하며 박장대소를 한다. 살짝 데친 곤드레나물의 향도 향이지만 치악산막걸리가 달콤하니 입에 착 달라붙는다. 마을 주민들은 연신 홍 장관에게 건배를 청했다.
이날 1사1촌 자매결연의 첫 봉사는 사과나무 적과 작업을 돕는 것이었다. 홍 장관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양복을 벗고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뒤 직접 나섰다. 적과란 사과나무의 꽃을 가위로 잘라내는 것, 바로 사과 열매를 맺을 꽃을 골라내는 작업을 말한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작업은 1시간가량 이어졌다. 5월의 햇볕이었지만 유달리 맑은 하늘 덕에 한참을 서 있자니 따갑게 느껴졌다. 다리가 아플 만도 하지만 가위질하는 홍 장관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평소에도 그러세요. 항상 앞서 보여주시죠.” 한 직원의 말이다. 장관이 쉬지 않으니 바로 옆에서 홍 장관과 함께 작업하던 민 연구사는 물론 70여 명의 직원 누구도 한 시간 내내 허리도 펴지 않고 적과에 몰두했다. “한 가지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머지 꽃들을 잘라 내야 해. 음, 그렇지.” 홍 장관이 서툰 민 연구사의 적과 작업을 도와준다. 이날 사과 꽃을 처음 봐서 “사과나무 꽃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다”는 민 연구사다. 사과꽃은 그 꽃말이 ‘명성’, ‘유혹’이다. 그만큼 아름답다. 홍 장관의 지도에 10여 분이 지나자 민 연구사의 적과 실력도 점차 숙달돼 갔다.
“장관님, 이제 가을에 누구 나무의 사과가 더 잘 열렸는지 내기해요.”, “그래 좋지.” 홍 장관이 호쾌하게 답하자, 인근에서 작업하던 한 직원이 “제가 가끔 와서 장관님 나무 살펴봐 드릴게요”라고 말한다. 행자부 산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직원이다. 국과수는 지난 2013년 본원을 원주시로 이전했다. “고맙지만 내가 보기에 걱정이 없는걸!” 자신 있어 하는 장관의 말에 다시 한 번 좌중에 웃음꽃이 폈다.
일정에 쫓긴 장관은 오후 2시쯤 과수원을 떠났지만, 직원들은 이어 인근 채소밭에서 산나물을 캐며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항상 숨죽인 것만 봤지, 곤드레나물이 이렇게 생기있는 것은 처음 봐요.”, “청순한 곤드레야, 반갑다.” 행정한류담당관실 박은영 씨의 말에 채소밭에 또 한 번 한바탕 웃음소리가 퍼졌다.
오후 3시 30분쯤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마을을 벗어났다. 신림IC 방향으로 가기 위해 긴 터널을 지나야 한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전면에 치악산 자락의 수려한 산들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이 터널, 신림IC 고속도로가 없었으면 정말 산 넘고 물 건너도 가기 힘들었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행자부와 자매결연 이후 황둔2리의 변신을 기대해 본다.
원주 = 박선호 기자 sh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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