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청문회법 거부권 행사>황총리 “행정부 통제법”… 20代 개원부터 ‘재의결 충돌’ 예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황교안(왼쪽)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의결을 위한 임시국무회의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무회의 주재해 의결
“국회와 대립의도는 없어
민생위해 함께 노력해야”

野 반발… 정국 급랭할 듯
원구성 협상도 난항 예상

與 “19대 종료시 자동폐기”
野 “20대서 재의결 가능해”
법안 유효성 놓고 논란도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에서 상시 청문회가 가능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국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오는 30일 임기가 시작되는 20대 국회는 개원하자마자 ‘상시 청문회법 재의결’을 놓고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재의 요구안을 의결하면서 “행정부의 모든 업무가 언제든지 청문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국정에 큰 부담을 초래하는 것이 부득이하고 결국 국민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이어 “청문회 개최 여부도 상임위 또는 소위 의결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헌법상 국정조사 제도가 유명무실화될 우려마저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우선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상시 청문회법 재의결이 20대 국회에서 가능한지를 두고 입장 차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20대 국회에서 재의결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분명한 법리적 해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대통령의 재의 요구에 대해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법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청와대에 19대 국회 임기 만료 전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인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19대 국회에서 재의결이 되지 않으면 국회법 개정안이 폐기된다는 의견이 많다.

야당은 20대 국회에서 상시 청문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야당의 원내 관계자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의 의결 절차가 종료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20대 국회에서 재의결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국회 사무처가 재의결이 불가능하다고 해석할 경우 재발의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의결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대해 헌법재판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재의결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국회 사무처는 “여러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재의결 관련 공방이 국회 원 구성 협상과 연계될 수도 있다. 여당은 “이 사안은 협치와 관련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야당에서는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는 20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상시 청문회법 재의결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문제로 여야가 대립할 경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 등이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법상 국회의장단은 6월 7일, 상임위원장은 6월 9일까지 선출해야 하고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이 시한을 지키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편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운영에 관한 법률에 행정부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붙여서 재의를 요구했다”며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