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승 축하 꽃잎 세례를 받는 배선우.
챔피언 조에서 네 번 경기했지만 우승 좌절…29일 E1 채리티 오픈서 첫 우승
“정말 돈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런 경험을 통해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29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E1 채리티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배선우(22·삼천리)는 지난해 ‘준우승 전문’과 ‘최종일 역전패 단골 선수’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았다.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4차례 경기를 치렀지만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고 선두를 달리다 역전패를 당한 것도 두 번이다.
특히 한화금융클래식은 ‘참사’에 가까운 대역전패였다. 17번홀까지 2타차 선두였지만 18번홀 더블보기로 연장전에 끌려들어가 노무라 하루(일본)에 우승컵을 내줬다. 배선우는 대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눈에 퉁퉁 붓도록 울었다.
미뤘던 첫 우승을 이룬 배선우는 역전패의 경험이 보약이 됐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실패로 얼룩졌던 챔피언조 경기 경험이라도 쌓이고 쌓이다 보니 큰 재산이 됐다고 배선우는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는 하나도 떨리지 않더라”면서 “전날 밤에도 꿈도 꾸지 않고 푹 잤다”고 털어놨다.
배선우는 앞으로 우승하고 싶은 대회 가운데 하나로 작년 대역전패를 당한 한화금융 클래식을 서슴없이 지목했다.
그는 “이제 그 상황이 다시 온다면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서 “그 대회에 대비해 엄청나게 갈고 닦고 있다”고 말했다.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넘어진 동병상련을 겪는 김해림(27·롯데)과 장수연(22·롯데)이 우승 물꼬를 튼 것도 배선우에게는 큰 동기 부여가 됐다.
배선우는 “김해림 언니가 처음 우승했을 때 축하해주는데 내 일처럼 기뻤다”면서 “친한 친구 장수연도 내게 용기를 북돋아줬다”고 밝혔다. 둘의 우승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하지만 배선우는 “신앙은 없지만 신이 있다면 ‘더 다듬어서 와라’는 뜻이라 여겼다”면서도 “사실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고 아버지도 덩달아 마음고생으로 힘들었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아픈 경험이 많아서인지 배선우는 정신력을 유난히 강조했다.
그는 “골프에서 정신력이 80%라고 생각한다”면서 “버디 퍼트든 쇼트 퍼트든 자신감이 중요한데 이번 대회는 자신감이 넘쳤다”고 우승 원동력을 설명했다.
배선우는 2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지만 “누구라도 몰아치면 역전당할 수 있으니까 나도 타수를 많이 줄여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면서 “대부분 홀에서 버디를 노리는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고 말했다.
사흘 내내 보기가 하나도 없는 무결점 경기도 “버디가 많이 나오는 코스라서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은 결과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배선우는 지난 겨울 하와이에서 50일 동안 훈련했다. 남자 프로 선수들과 라운드를 하면서 음료수 내기도 했다. 배선우는 “남자 선수들한테 쇼트게임을 많이 배웠다”면서 “샷 연습보다 퍼팅 연습을 두 배로 했다”고 공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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