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엔리코 레타(왼쪽) 전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5월 26일 제주평화포럼 조직위원장인 원희룡 제주지사와 제주의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제주평화포럼 기조연설에서 21세기를 아시아의 세기라고 규정했는데 그 이유는.
“내가 21세기를 아시아의 세기라고 한 것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기본 팩트다. 내가 새삼스레 그것을 강조한 이유는 아시아가 책임감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세기는 미국과 유럽, 즉 서구의 시대였다. 서구의 시대라는 책임감을 갖고 미국과 유럽은 그에 걸맞은 국제적 기여를 했다. 국제금융기구를 통해 개발도상국을 지원했고, 유엔 분담금을 통해 분쟁국에 대한 인도주의적 개입과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대규모 군대를 갖고 있는 나라는 아니지만 국제적으로 요청이 있을 때, 아프가니스탄과 동티모르, 소말리아 등에 파병하고 군사적 지원을 했다. 이탈리아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와 덴마크,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그런 책임감 속에서 국제적 기여를 했다. 내가 21세기가 아시아의 세기라고 한 것은 아시아인들이 책임감을 갖고 그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가 더는 변방이 아니고 세상의 중심이라는 자각 속에서 책임감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지지한다.”
―G7보다 G20을 지지하는 이유가 뭔가.
“G20이 G7의 발전적 형식이기 때문이다. G7 정상회의에는 대개 9명이 모이는데 그들은 스스로를 ‘빅 오브 더 월드(Big of the World)’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 9명 중 6명이 유럽인이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정상에 EU 집행위원장,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이 바로 이들이다. 여기에 미국과 캐나다, 일본 정상이 참여한다. 그러니 G7은 더 이상 세상을 대변하는 기구가 아니다. 서구(의 경제력)는 이미 세계 총생산(GDP)의 50%도 되지 않는다. G20은 그런 점에서 세상의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체제다.”
―총리 시절,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그런 생각을 굳힌 것인가.
“물론이다. 나는 2013년 상트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는데, G20과 유엔에 다른 국제기구들이 힘을 합치면 세계의 핵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G20의 프레임(틀)은 대단한 아이디어다. 당시 나는 박근혜 대통령과도 만났는데, 아주 인상적인 만남이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정상들과 상트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의에서 머리를 맞대고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면서 뉴 아시안 파워를 느꼈다. G20은 아시아의 부상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체제다. 그런데 그 핵심 포인트는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되기 위해선 글로벌 이슈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인도주의적 문제를 풀기 위해 인력과 병력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총리일 때 군을 파견해 인도주의적 구조작업을 했고 재원도 투입했다. 위대한 나라가 되려면, 그런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에는 희생과 재원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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