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한옥마을에 위치한 ‘셋이서문학관’에서 열린 ‘세 작가(이외수·천상병·중광) 작품 전시회’ 기념행사 중 김우영 은평구청장이 주민들에게 전시회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은평구청 제공
한국문학관·언론기념관 등 문학테마파크 조성계획 발표
이호철·최인훈·김훈·조정래, 문학의 꿈 키우고 집필 ‘인연’
‘기자촌’에 모여살던 언론인들 기사 쓰며 문학으로 영역 넓혀
서울 은평구에는 다른 지역에선 느낄 수 없는 독특하고 은은한 향기가 있다. 바로 문학의 향취다. 은평구는 한국 근현대 문학의 요람이자 발원지(發源地)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다수 문인들이 이곳 은평구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6·25전쟁을 전후한 처절했던 시기에 ‘가난한 문인’들은‘가난한 마을’ 은평구에 터를 잡고 살면서 문학의 꿈을 키우고, 거대한 문학의 사조를 만들었으며, 문학의 흔적을 남겼다. 대표적인 문인으로 이호철, 최인훈, 김훈, 신달자, 조정래 등이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희(맨 앞) 전 대통령이 기자촌 건립에 대해 보완점 등을 지시하고 있다.
신사동에 위치한 숭실중·고등학교(전신 숭실학교)는 고 윤동주 시인의 모교다. 숭실학교는 윤동주 외에도 시인 김현승, 소설가 황순원·김동인·주요섭 등 한국 문학의 선구자들을 배출했다. 은평은 소설가 이호철·최인훈이 분단과 통일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한 곳이다. 분단문학의 거장 이호철은 현재 불광동에서 50년째 거주하며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소설가 김훈은 20여 년간 은평구 진관동과 불광동에서 거주하며 아버지(김광주 전 경향신문 문화부장)로부터 문학수업을 받았다.
문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언론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창간한 수많은 언론사의 기자들이 시를 쓰거나 소설을 썼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언론인 집단 거주지역인 ‘기자촌’이 은평구에 생긴 것도 우연이 아닌 셈이다.
기자촌은 집 없는 가난한 기자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 한국기자협회에서 1969년 당시 고 박정희 대통령의 지원 아래 국유지를 매입해 택지를 조성한 곳으로, 많은 언론인과 언론 출신의 문학인을 배출했다.
20일 은평구에 따르면 구는 이처럼 문학과 언론이 공존했던 기자촌에 국립한국문학관을 유치하고, 언론기념관을 건립해 문학테마파크를 조성한 뒤 주요 문화재와 박물관, 문학관 등 27개 거점이 어우러진 문학·문화도시를 구축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한국문학관은 지난해 말 도종환 국회의원이 발의한 ‘문학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설립 근거가 마련됐다. 건축비만 490억 원이 투입돼 지어질 한국문학관은 문학 원본 자료의 수집과 복원, 보존 기능과 함께 연구·전시·교육기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2020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지 공모 마감 결과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24곳이 신청한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학·출판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부지평가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늦어도 8월까지 우선협상대상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은평구에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주요 사료를 번역한 한국고전번역원이 2017년까지 현재의 구기동에서 기자촌 인근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구는 또 기독교의 다양한 자료를 모아놓은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을 건립하고, 동북아역사관을 이전해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교육과 체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 같은 역사적, 문화적 유산에다 한국문학관을 화룡점정으로 삼아 구 전체를 고전과 근현대를 아우르는 문학·문화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구민들의 염원이다. 구 관계자는 “한국문학관을 유치하게 되면 은평구가 계획하고 있는 문학테마파크와의 시너지 효과로 한국 문학의 부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