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시대, 은행들의 승부수>스타트업에 직접 투자, 新기술 확보·시장 선점 ‘두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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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기술금융 생태계 조성

은행마다 별도 전담팀 조직
금융기술 기업 발굴해 육성

KB, 입주공간 제공·멘토링
신한, 올 16개社 뽑아 지원
하나, 블록체인 등 적극 활용
우리, 업체에 10억 지분투자

‘핀테크(FinTech·기술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라.’

은행권이 모바일뱅킹 등 새로운 금융 플랫폼의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창업 초기 벤처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빅 데이터(Big Data)’ 활용이나 모바일 결제 시스템, 금융 보안 등 핀테크를 적극 활용하지 않고서는 금융 격변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 지원 방향도 단순한 자금 지원에 머물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 투자와 함께 이들 기업이 만든 기술을 금융 서비스에 직접 접목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핀테크 생태계를 조성하는 한편 초기에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은행은 자금뿐 아니라 특허 등 각종 지원을 통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하고, 스타트업 기업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은행을 통해 상용화함으로써 양측이 ‘윈윈(Win Win)’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창조경제’ 육성 차원에서 지난해 3월 경기 판교에 핀테크 지원센터를 구축해 스타트업과 금융회사들의 ‘다리’ 역할을 하면서 핀테크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은행, NH농협은행, IBK금융그룹 등 주요 금융사는 별도의 지원 전담조직을 만들어 핀테크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 지원과 확보한 기술의 사업화에 매진하고 있다.

먼저 KB금융은 핀테크 스타트업 집중 육성 프로젝트인 ‘KB 스타터스 밸리(Starters Valley)’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KB핀테크허브센터’ 출범과 동시에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핀테크허브센터의 핀테크 생태계 모니터링 결과와 KB금융 전 계열사의 실질적인 지원체계를 결합한 것이다. 기술력과 사업성을 두루 갖춘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해 입주공간 제공 및 투자 연계, 멘토링, 제휴 사업 추진 등 전방위적 원스톱 서비스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지난 5월 터치웍스, ㈜락인컴퍼니, 센드버드, ㈜라인웍스 등이 KB 스타터스로 선정됐다. 이들 기업은 KB금융 계열사가 추진하는 다양한 사업에 핵심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트너로 참여한다. 터치웍스는 KB국민카드와 제휴를 통해 멤버십 서비스와 결제를 한 번에 처리하는 통합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 락인컴퍼니와 센드버드의 기술은 국민은행이 추진 중인 모바일 금융서비스에 적용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핀테크 생태계 지원 프로그램인 ‘신한퓨처스랩’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퓨처스랩은 지난 3월 2기에 참여할 기업 선정을 마치고, 현재는 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신한퓨처스랩 2기에 참여하는 기업은 총 16개사로, 지난해 1기에 선정된 기업이 주로 개인간(P2P) 대출, 블록체인, 외환송금 등의 기술을 가진 7개사였던 것을 감안하면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졌다. 특히 2기에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월드 모바일 콩그레스(MWC)’에서 주목받은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온오프라인연계(O2O) 등 다양한 핀테크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선정돼 주목을 받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6월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 및 협업 체계 마련을 위한 ‘핀테크 1Q Lab(원큐 랩)’을 개설해 핀테크 기술 상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핀테크 스타트업 4곳과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들 기업은 비접촉 지문인식 기술을 보유한 ㈜위닝아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트비, O2O 마케팅 플랫폼의 원투씨엠, 웹 표준 핀테크 플랫폼 ㈜페이게이트 등이다. 이들 기업과 협업을 통해 하나캐피탈은 오픈마켓 쇼핑몰 판매자를 위한 대출상품인 ‘1Q 셀러론’을 7월 중 출시할 예정이다.

‘핀테크나눔터’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시장 우위의 기술력을 보유한 핀테크 기업과 동반성장 및 업무제휴를 강화하기 위해 ㈜아이리스아이디에 10억 원의 지분투자를 했다. 이 기업은 홍채 인식 시스템 관련 독자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지난해 11월 우리은행과 핀테크 기술 및 사업모델 상용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어 올해 1월 우리은행과 함께 금융권 최초로 일반 고객 대상 홍채 인증 금융거래 서비스를 개시했다. 우리은행은 또 유망한 핀테크 기업을 발굴하고 조기 투자해 미래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핀테크사업부, 스마트금융부 등 실무부서로부터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핀테크 기업들을 추천받아 이 중 10개 기업을 선정했다.

NH농협은행과 농협상호금융이 운영하는 ‘NH핀테크지원센터’는 5월 말 멘토링기업 1호를 배출했다. 이 기업은 개인 간 안심송금 서비스 ‘두리안’을 개발한 ㈜기브텍이다. 이번에 출시한 두리안 서비스는 일종의 전자문서 송금 플랫폼으로, 개인 간 금전거래로 인한 분쟁 시 발생할 수 있는 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해 11월 개소한 NH핀테크지원센터는 특허 컨설팅은 물론 금융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개발과 테스트, 금융 지원 및 제휴사 소개 등 핀테크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부문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IBK금융그룹의 ‘핀테크DREAM지원센터’는 스타트업 및 핀테크 기업들에 사업 제휴, 협력 및 지원 요청 등 각종 상담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종합상담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이 센터는 사업 특성에 따라 IBK금융그룹 차원의 아이디어 검토, 사업 제휴를 위한 관련 부서(자회사 포함) 연결 등 각종 상담 채널을 일원화한 것이 장점이다. 대출·투자 등 금융 지원과 성장 지원책 연계, 컨설팅 제공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