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잉글랜드 꺾고 8강… 얼음의 나라 ‘뜨거운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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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고의 이변이 연출됐다. 유로, 월드컵 등 메이저대회 본선에 첫 출전한 아이슬란드가 축구 종주국을 자부하는 잉글랜드를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아이슬란드는 28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니스의 알리안츠 리비에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16 잉글랜드와의 16강전에서 2-1의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아이슬란드는 다음 달 4일 오전 4시 개최국이자 우승후보로 꼽히는 프랑스와 4강 진출을 다투게 된다.

잉글랜드는 출발이 좋았다. 전반 4분 문전으로 쇄도하는 라힘 스털링(맨체스터시티)을 아이슬란드 골키퍼 하네스 할도르손(보되글림트)이 깊은 태클로 막다 페널티킥을 허용했고, 키커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오른발로 강하게 슈팅해 선취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곧바로 반격했다. 전반 6분 카리 아르나손(말뫼)의 헤딩 패스를 골문 앞으로 쇄도하던 라그나르 시구르드손(크라스노다르)이 오른발로 발리슛, 골망을 흔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전반 18분 아이슬란드는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짧은 패스를 주고받은 뒤 콜베인 시그도르손(낭트)이 오른발로 슈팅, 역전 결승골을 뽑아냈다.

아이슬란드는 빠른 역습을 펼쳐 잉글랜드를 괴롭혔다. 잉글랜드는 볼 점유율 63%-37%, 슈팅 수 18-8로 앞섰지만 아이슬란드는 유효슈팅에선 5-5로 대등했다. 아이슬란드는 특히 전반에 나온 슈팅 4개 중 유효슈팅은 3개였고, 이 가운데 2개가 골로 이어지는 효율성이 돋보였다.

화산과 빙하로 이뤄진 아이슬란드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34위, 잉글랜드는 11위. 아이슬란드는 프로리그가 없지만 잉글랜드는 세계 최고인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해 8부리그까지 있다. 아이슬란드는 인구 33만 명의 작은 나라. 서울시 도봉구(약 35만 명)보다 적으며 역대 유로 본선 진출국 중 인구가 가장 적다. 해외파 등 프로선수는 100여 명 정도. 이 때문에 23명 전원이 프리미어리그 소속인 잉글랜드를 제압한 건 기적에 비유된다.

동점골의 주인공 시구르드손은 경기 직후 “잉글랜드는 (16강전을) 공원을 걷는 것처럼 쉽게 생각했을 것”이라며 “(8강전 파트너인) 프랑스가 아직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 것 같지만,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잉글랜드는 충격이 빠졌고, 로이 호지슨 감독은 16강 전 직후 “축구는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며 “계약 기간이 남아 있지만 새로운 감독을 찾을 수 있도록 떠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 데일리 메일은 “잉글랜드가 레스터시티 정도 크기의 피라미 같은 아이슬란드에 패해 유로 2016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BBC 해설위원인 게리 리네커는 “호지슨 감독은 영원히 소국인 아이슬란드에 패한 감독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잉글랜드가 4일 만에 두 번째 브렉시트를 겪었다”라고 보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트위터 계정에 “또다시 유럽에서 떨어져 나갔네”라는 글을 남겼다. 여왕은 앞서 “호지슨 감독에게 브렉시트 협상에서 감독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유럽에서 분리되는 걸 이미 경험해 봤으니”라며 16강전 탈락을 비꼬았다.

FIFA 랭킹 12위인 이탈리아는 6위인 스페인을 2-0으로 누르고 4년 전 결승에서의 0-4 패배를 설욕했다. 유로 3회 연속 8강에 진출한 이탈리아는 다음 달 2일 우승후보인 독일(4위)과 준결승 진출을 다투게 된다.

스페인은 유로 3연패를 노렸지만 이탈리아에 완패하며 꿈을 접었다. 이탈리아는 전반 33분 선제 결승골을 넣었다. 페널티 지역 바깥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에데르(인터밀란)가 직접 슈팅했다. 스페인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간신히 공을 쳐냈으나 조르지오 키엘리니(유벤투스)가 달려들며 밀어 넣었다.

이탈리아는 후반 추가 시간 그라치아노 펠레(사우샘프턴)가 골을 추가, 대어를 낚았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