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6일 스위스 취리히의 스위스컴 인사부에서 직업훈련생들이 입사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컴퓨터로 검토하고 있다. 인사부 관계자는 “도제 교육생들은 단순한 훈련 차원을 넘어 지원자의 이력서를 검토해 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가진다”고 말했다.
스위스, 대학 진학률 30% 불과해도 세계 최고 기술자 양성
독일, 인문大 졸업 후에도 대우 좋은 직업학교 유턴 일반화
청년실업 문제의 해법을 고민하고 있는 정부는 유럽의 도제식 교육제도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스위스를 방문해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 무관치 않다. 스위스·독일 등 유럽의 도제식 직업교육은 학생이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배우는 현장 중심의 산·학 일체형 직업교육 모델을 말한다.
스위스의 경우 30%대에 불과한 낮은 대학진학률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기술자를 양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리히 소재 직업교육연방연구소(Swiss Federal Institute for VET)에 따르면 스위스의 대학진학률은 29%에 불과하면서도 청년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7%)을 기록하고 있다. 80%의 높은 대학진학률에도 10%대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독일에서는 대학생들이 도제교육을 받기 위해 다시 직업학교로 돌아오는 사례가 많다. 전문가들은 “마이스터(숙련기술자)에 대한 독일 내 높은 대우와 연봉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독일에서 고졸 마이스터의 경우 4년제 공대를 나온 엔지니어와 대등한 지위에서 일을 하면 임금 역시 대등한 수준에 오른다. 은행 개인 신용등급도 높아져 대출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창업을 할 경우 이런 조건들로 인해 창업 성공률이 98%에 이르는 것으로 독일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스위스의 뿌리 깊은 직업교육 = 스위스의 높은 청년취업률 바탕에는 튼튼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직업교육이 있다. 스위스 정부는 전체 직원의 5% 상당을 도제생으로 뽑도록 기업들에 권고하고 있다. 정부가 스위스 직업교육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 우리나라의 청년실업을 해소하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6일 방문한 스위스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스위스컴은 전체 직원 2만1000명 중 900명이 직업교육생이다. 매년 250명의 직업훈련생을 선발한다. 취리히에 있는 스위스컴은 세계에서 가장 고음질의 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세계 최대의 1인당 국제 통화량을 보유한 회사로 유명하다. 직업교육생들은 회사에서 영업·인사·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대 4년간 교육을 받은 후, 일부는 스위스컴에 정식 채용된다. 이 회사 인사팀에서 직업교육생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크리스티안 그로스(51) 씨는 “이들의 업무는 단순한 업무 지원 수준을 한참 넘어선다”고 밝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8일 독일 만하임의 수공업협회 산하 직업훈련학교의 홀가 슈미트(왼쪽) 원장이 직업훈련생의 작업을 감독하고 있다.
직업교육생들은 ‘마이스터’의 지도를 받으며 회사에서 지시하는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직업교육생들은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야근을 하거나 이른 시간에 출근하기도 한다. 시간 외 근무는 상사와 선배의 지시보다 본인의 자율적인 선택에 따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업교육생에게 야근과 휴일 근무를 금지하는 우리의 경우와 차이가 있다.
스위스 도제교육에는 정부지원이 없다. 교육훈련에 따른 수당과 훈련센터 구축을 정부가 부담하는 우리나라와 비교된다. 스위스컴은 도제교육생 한 명을 훈련시키는 데 수당을 포함해 연간 2만5000프랑(약 3000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 스위스는 100명 이상의 종업원을 가지고 있는 기업 중 70% 이상이 도제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10명 정도의 종업원을 가진 소규모 기업 중 12.9%는 정부 지원 없이 직업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반면, 자체적으로 직업 교육을 할 여력이 없는 기업들을 위해 사설 직업훈련소가 운영되고 있다. 회사들은 사설 직업훈련소에 직업교육생 교육을 위탁한다. 7일 직업훈련소에서 만난 안토니오 마쏜(16) 군은 금융회사인 크레디트스위스에 소속돼 있으면서 베른 소재 사설 직업훈련소인 ICT 도제교육센터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있었다. 크레디트스위스에서 IT 분야를 담당할 예정인 마쏜 군은 도제교육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장착해 로봇과 프로그램을 움직이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ICT 도제교육센터 관계자는 “스위스컴처럼 자체적으로 도제교육이 가능한 환경에 있는 회사가 있고 그렇지 못한 회사가 있다”며 “도제교육에 대한 아웃소싱이 필요한 학생들의 현장학습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설 훈련기관들은 국가에서 규정한 훈련규정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직업학교로 유턴 사례 늘어 = 8일 독일 만하임 소재 수공업협회 직업훈련학교에서 만난 홀가 슈미트 씨는 “김나지움(독일의 인문학교)을 다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레알슐레(직업학교)로 돌아와 미장일과 인테리어를 배워 지금은 직업학교 교장으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는 홀가 슈미트 씨와 같이 인문학교에 진학했다가 직업학교로 유턴해 직업훈련을 받는 경우가 많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20대가 넘어 직업학교로 돌아와 자동차 정비나 인테리어, 미장, 용접 등의 기술을 배우는 젊은이들도 많다. 2~3년이 넘는 직업훈련 이후 대학진학이나 군 입대 등을 이유로 산업현장을 떠나는 직업훈련생들이 많은 우리나라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등록금이 무료인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35% 안팎에 그치고 있지만, 젊은이들의 실업에 대한 걱정은 그리 크지 않다. 그 배경에는 마이스터를 인생의 목표로 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독일에서는 60%의 청소년들이 일찌감치 직업학교에서 이론과 실기를 배우고 19세 무렵부터 직업 기능인으로 성장한다.
취리히·베른·만하임= 글·사진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