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이 전자파 위험 떠드니 더 불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지로 확정된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산리 공군 부대 입구 모습(왼쪽 사진). 13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밖숲 광장에서 사드 성주배치 반대 범국민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과 지역민들이 사드 배치 반대 시위(오른쪽)를 하고 있다.

- 사드배치 확정 경북 성주 가보니…

“국방부는 위험 반경 100m
군수는 최대 5.5㎞ 까지 위험
실상 알리지 않아 불신 자초”
경북도, 공식발표해야 입장

“군(郡)에서 사드가 위험하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니 더욱 불안합니다. 정부가 정확한 위험 실상을 알리는 게 중요한데, 뭐 하는지 모르겠네요.”

13일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지역으로 확정한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산리 공군 모 부대(성산방공유도탄포대). 성산리에서 차로 6분 정도 달리자 먼저 부대 간판이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김모(65) 씨는 “꼬불꼬불하게 난 길을 끝까지 오르면 성산(해발 389m) 꼭대기에 부대가 있다”며 정상을 가리켰다. 다시 차량 1대만 지나갈 수 있는 콘크리트 길을 3㎞ 정도 오르자 철망으로 가로막혀 있는 부대가 보였다.

이날 국방부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확정한 성산 부대 입구에는 주민들의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이 부대는 성주읍과 1.5㎞ 떨어져 있다. 반경 1㎞ 내외에서는 민가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5.5㎞ 이내에는 성주읍을 비롯해 선남면 성원·장학리 등 5개 마을 1만5000가구, 3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사드 레이더 전자파 위험반경은 최대 5.5㎞”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위험범위는 100m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산을 반 바퀴 돌아 선남면 장학리로 가는 도로는 성산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나 있었다. 이 마을의 한 주민은 “군에서 사드가 위험하다고 하는데 정확한 근거가 뭔지”라고 따졌다. 그는 또 “산꼭대기라서 그다지 전자파 피해는 없을 것 같은데, 워낙 떠드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사드가 들어오면 정부가 보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주민은 “국방부가 사드 전자파가 얼마나 위험한지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주군에 따르면 이 부대에는 현재 공군 병력 160여 명이 있다. 부지 11만6500㎡에 호크 미사일 발사대 6대, 호크 미사일 27기, 레이더 장비와 한국형 휴대용 대공유도무기(신궁) 2대가 배치돼 있다.

사드 성주배치 반대 범군민위원회는 이날 오전 성주읍 성밖숲에서 3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사드 성주배치 반대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 가운데 200여 명은 국방부를 항의 방문했다.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은 “사드가 들어서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히 저지하고 어떠한 희생도 감내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성주를 사드 배치지역으로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에는 입장 표명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성주=글·사진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