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益보다 私益 우선 만연… 의원 이해충돌방지制 꼭 법제화해야”

‘이해충돌 방지’ 토론회… 김상겸 교수 등 ‘부패 차단’ 강조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려면, ‘김영란법’을 원안대로 고치거나 별도 입법을 통해서라도 국회의원 등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제도를 반드시 법제화해야 합니다.”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14일 서울 중구 바른사회시민회의 회의실에서 열린 ‘이해충돌방지 장치,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토론회 기조발제를 통해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가 자녀나 친인척을 보좌진 혹은 관계기관 직원으로 채용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우리 사회에는 공직 수행에 있어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충돌이란 공직자의 개인적 이해관계로 인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 수행이 이뤄지지 않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뜻한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의 부패문화는 혈연·지연·학연 등으로 이뤄진 인간관계 속에서 장유유서와 연공서열 등에 의한 유교적 문화를 바탕으로 형성돼 있어 이를 방지하거나 척결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런 환경과 개인의 의식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원안에 들어있던 이해충돌방지 규정을 법 개정을 통해 다시 살리거나, 아니면 별도의 법을 만들어서라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제대로 된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없는 우리 국회와 민주주의 시스템은 ‘성숙’을 논할 자격조차 없다”며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다릴 것도 없이 국회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국회는 법 적용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점 등을 들어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삭제했는데, 이는 금품수수 적용 대상을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까지 확대해 발생한 문제”라며 “원안대로 김영란법 적용 대상을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인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 토막짜리 현행 김영란법은 부정청탁에 관한 구체적 증거가 없을 경우 도덕적 비난 대상은 될지언정 처벌 대상으로는 삼을 수 없는 한계를 지녔다”고 평했다. 그는 “특히 사전·사후 통제 방안이 거의 없는 국회의원의 ‘갑질’을 막고, 이해관계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이해충돌방지법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1962년 미국 의회는 당시 케네디 대통령 시절에 제정한 이해충돌방지법을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법’으로 평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황성욱 변호사는 “19대 국회가 김영란법 논의과정에서 의원 자신들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통째로 뺀 것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