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D-11>‘러 도핑 고발’ 스테파노바 괘씸죄?… 리우서 못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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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AF, 출전 자격 부여 불구
IOC “윤리적 요구 충족못해”
러 불편한 심기 고려 조치인듯

유럽선수권 나간 스테파노바
“나는 깨끗하게 달린다” 문구
가슴에 유럽육상연맹旗 달아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을 고발한 율리야 스테파노바(30·사진)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부여한 스테파노바의 올림픽 출전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러시아 도핑 스캔들을 초래한 스테파노바에 대해 ‘괘씸죄’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IOC는 24일 밤(한국시간)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스테파노바의 요청을 기각했다. 육상 중거리 선수인 스테파노바는 러시아 반도핑위원회에서 근무했던 남편 비탈리와 함께 지난 2014년 독일 방송사의 다큐멘터리에 나와 러시아의 조직적인 도핑 스캔들을 폭로했다.

IOC는 “IOC 윤리위원회에서 검토한 결과 개인 자격 출전을 인정하는 것은 올림픽 헌장을 위반하고, 스테파노바가 도핑으로 적발된 적이 있어 올림픽 출전을 위한 윤리적 요구를 만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IOC는 도핑검사에서 적발된 러시아 선수의 경우 징계가 끝났더라도 리우올림픽 출전 자격을 주지 않기로 했다. 스테파노바는 2013년 도핑 검사에서 금지 약물 복용이 적발돼 선수 자격 정지 2년의 징계를 받은 바 있어 이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것. 다만 IOC는 도핑과의 전쟁 등에 기여한 공로에 대해 스테파노바에게 사의를 표하고 그녀와 남편을 초청인사로 리우올림픽에 초대한다고 밝혔다.

IOC가 스테파노바에게 리우올림픽 출전 금지 처분을 내린 건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IOC는 리우올림픽에서 최초로 난민 대표팀이 출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IOC는 각국의 올림픽위원회만이 올림픽에 선수를 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난민 대표팀은 특정 국가의 올림픽위원회에 소속돼 있지 않다. IOC는 또 IAAF가 스테파노바에게 부여한 출전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IOC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종목별 경기연맹에서 출전 자격을 얻는다”고 설명했지만, 스테파노바의 경우에는 IAAF의 결정이 철저히 무시됐다.

IOC의 조치는 러시아의 불편한 심기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스테파노바 부부는 폭로 이후 러시아에서 배신자로 몰렸고, 지난해 말 결국 캐나다로 망명했다. 트래비스 타이가트 미국반도핑기구 위원장은 “스테파노바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며 미래의 내부 고발자들을 단념케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지프 드 팡시에 국가반도핑기구협회장은 “러시아로부터 치욕스러운 대우를 받고 있는 스테파노바가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방안을 IOC가 찾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IOC가 스테파노바를 외면한 건 IAAF에 대한 ‘보복’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IAAF는 지난달 18일 러시아 육상대표팀의 국제대회(올림픽 포함) 출전 금지 징계를 연장하면서 러시아 육상 선수는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기를 달고 리우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IOC는 지난달 22일 올림픽에는 자국 올림픽위원회(NOC) 소속으로 출전할 수 있다며 러시아 선수는 ‘사전 도핑 테스트’를 통과한다면 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대표하기에 러시아 국기를 달고 뛰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IAAF는 이에 맞서 엄격한 도핑 기준을 마련하고 올림픽 출전을 신청한 러시아 육상 선수 68명 중 67명에게 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다. 러시아 도핑으로 인해 IOC와 IAAF는 사사건건 대립했고, 이로 인해 스테파노바는 미운털이 박혔다.

한편 스테파노바는 이달 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 여자 800m에 출전했으나 예선에서 기권했다. 스테파노바는 자신의 이름 아래에 ‘나는 깨끗하게 달린다(I RUN CLEAN)’라는 문구를 적었고, 왼쪽 가슴엔 러시아가 아닌 유럽육상경기연맹기를 달아 눈길을 끌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