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檢… 상명하복 조직문화 칼댈까

‘후배자살’책임 부장검사 해임

검찰총장 “헛된 죽음 안되게
바람직한 조직문화 만들겠다”

형사부 업무 부담 줄여주고
내·외부 의견수렴등 후속조치

숨진 검사 父 “형사 고소 검토”

대검찰청이 고 김홍영(33) 서울남부지검 검사의 부서장인 김모 부장검사에게 최고 수위 징계인 해임을 청구한 것은, ‘상명하복’에 바탕을 둔 조직문화에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검찰 수뇌부의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후배 검사에 대한 폭언·폭행에 대해 전례 없이 강한 징계를 해 이 같은 행위가 더 이상 검찰 조직 내에서 용인되는 문화가 아니라는 ‘시그널’을 분명히 던졌다는 분석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27일 해임 청구 결정과 관련, “고인의 죽음이 헛된 죽음이 안 되게 하려면, 검찰 조직에 대한 겸허한 성찰을 해야 하고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간부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검찰의 최고 수위 징계 결정은 김 검사 죽음과 관련해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에 앞서 책임 여부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 절차를 완료한 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위기의 검찰 조직을 구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유례없이 강도 높은 감찰을 했고, 최고 수위의 징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후속 대책도 ‘투 트랙’으로 마련 중이다.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검찰 내·외부 의견을 수렴, 부장검사 이상 관리자들의 역할을 정립하고 김 검사 죽음 배경에 형사부 검사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측면이 있는 만큼, 특수부 검사 등을 형사부로 재배치하는 등의 구조조정 방안도 마련 중이다.

대검이 김 부장검사에 대해 해임 청구를 한 것에 대해 김 검사의 아버지 김진태(62) 씨는 “김 부장검사 해임만으로는 아들의 명예를 되찾지 못한다고 본다”며 “아들 친구들과 의논해 김 부장검사에 대한 형사고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41기) 자치회장인 양재규 변호사는 “김 부장검사를 해임한다면 지휘감독 책임 등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폭행 등에 대해 김 부장을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유족의 의사표명이 있어 동기회가 나서 법률 대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씨는 지난 18일 “아들이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상급자의 일상적인 폭언과 폭행, 비상식적 인격 모독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냈고, 인권위는 22일 군·검찰·경찰 사건을 담당하는 조사총괄과에 이 사건을 배당했다. 김 검사가 생전에 부장검사 폭언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연락을 주고받았던 대학 동기 A 판사는 “해임이라는 최고 수준의 징계가 내려졌다니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손기은·박효목·최준영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