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 전당대회>‘첫 女대통령’만들기 나선 ‘첫 흑인대통령’…‘역사’가 만났다

오바마, 셋째날 찬조연설

“클린턴은 절대 굴복하지않아
내가 그녀를 존경하는 이유…
서민 위해 뭘 해야할지 안다”

2000년 ‘무명’이던 오바마
2004년 찬조연설로‘스타덤’
4번째 全大무대서 감회젖어

“힐러리 클린턴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절대 굴복하지 않습니다. 이게 제가 아는 힐러리이고, 제가 힐러리를 존경하게 된 이유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원하기 위해 4번째로 민주당 전당대회 무대에 섰다. 오바마 대통령이 찬조연설자로 등장한 것은 명연설로 일약 스타에 올랐던 2004년 7월 전당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만든 원동력이 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번에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만들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섰다. 8년 전인 2008년 클린턴 전 장관과 맞붙었던 경쟁자에서 이제는 최대 후원자로 완전히 변신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 3일째인 이날 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농구경기장 ‘웰스파고 센터’에 마지막 연설자로 등장, “미국 대통령으로서 클린턴만큼이나 자격을 갖춘 남자나 여자를 본 적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의 책상에 앉기 전에는 국제 위기를 관리하고,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보내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절대 알 수 없다”면서 “하지만 힐러리는 그 방에 전에 있었고, 그런 결정을 내리는 데 참여했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녀는 서민가족과 노년층, 소상공인, 전장의 병사들 그리고 퇴역군인들을 위한 정부 결정에서 뭐가 중요한지를 알고 있으며, 위기에도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경청하는 인사”라고 말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인 백인 노동계층을 겨냥, “미국 일각에는 공장 폐쇄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열심히 일해 가족을 먹여 살렸지만 잊혔다고 느끼는 남성들이 있다”면서 “이 역시 진짜이며, 우리는 더 나아져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아는 미국은 용기와 낙관·창의력으로 가득 차 있으며, 관대하다”며 화합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8년간 50개 주를 방문하면서 열심히 일하며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면서 “에너지와 아이디어로 가득 찬 젊은 세대들은 현재에 구속되지 않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으로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을 일약 대선 후보감으로 만들었던 “진보적인 미국도, 보수적인 미국도 없다. 오직 미국만 있을 뿐이다”는 내용의 2004년 전당대회 연설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이 때문인지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여러 차례 감회에 젖었다. 2000년 전당대회 행사장 입장 비표도 얻지 못하던 무명 정치인에서 제44대 대통령 당선·재선으로 이어진 16년간의 소회와 함께 현직 대통령으로서 정권 재창출이라는 임무를 맡은 무게감 때문인 듯 보였다. 폴리티코는 “민주당은 클린턴·오바마 2명의 정당”이라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NYT)는 “업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강력한 동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필라델피아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