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대우조선 경고음에… 또 귀닫고 입막은 産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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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대우조선해양 실적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보다 더 안 좋아졌습니다. 이에 산은은 선제적으로 기존 자구안 5조3000억 원에 2조 원을 더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계획)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산업은행 구조조정 담당 임원의 고백이다. 지난 3월 말 2013∼2014년 회계연도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 영업이익 등이 과대계상됐다는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의 고백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의 실상을 정확히 알리면서 구조조정을 더욱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혔다.

문화일보는 28일 이 관계자의 말을 인용, 대우조선해양이 컨틴전시 플랜에 들어간 사실을 보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수주 실적을 반영한 적절한 조치라는 분위기였다. 상반기 대우조선의 신규 수주 실적은 올해 목표의 10% 수준인 7억5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보도 이후 산은은 뒤늦게 “대우조선에 2조 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을 요구한 바가 없다”는 내용의 짧은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최근 대우조선의 유동성 문제가 커지면서 비상 경영에 들어간 건 맞지만, 추가 자구안은 공식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는 게 산은 측의 해명이다.

해명과 동시에 산은의 구조조정 담당 임원은 ‘양치기 소년’이 됐다. 불과 두 달 전 확정한 5조 원대 대우조선 자구안에서 7조 원으로 규모를 상향,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을 단계적으로 이행하겠다는 계획은 ‘개인의 판단’으로 폄하됐다. 산은이 문화일보 보도의 파장을 축소하기 위해 이 임원이 낸 경고음에 귀를 닫음으로써 대우조선 구조조정 해법을 조기에 마련할 기회도 물 건너갔다.그게 지금보다 더 큰 부정적 영향을 준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을 초래한 산은의 책임으로 귀결될 것이다.

윤정선 경제산업부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