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배우’의 향기가 나고 ‘스타’다운 빛이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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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봉된 영화 중 최초로 1000만 고지를 향해 고속 질주하고 있는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 개봉 열흘 만에 700만 고지를 찍고도 여력이 남았다. 쟁쟁한 경쟁작들이 속속 개봉돼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부산행’의 여전히 높은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이 이를 방증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배우 공유가 있다.

공유는 “‘부산행’은 연상호 감독님의 작품”이라고 자신의 공을 낮춘다. 등장 캐릭터 하나하나가 각자의 의미를 갖고 살아 숨쉰다는 것은 분명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 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스크린 밖의 지휘관이 감독이었다면, 스크린 속의 방향키는 공유가 쥐고 있었다.

‘부산행’은 단순한 좀비물이라 할 수 없다. 그 안에는 부녀(공유-김수안), 부부(마동석-정유미), 연인(최우식-안소희) 간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존재한다. 좀비의 공격으로부터 누군가를 지켜야 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하며 이 영화를 ‘한국형 좀비물’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승화시키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모든 출연 배우들과 연결고리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공유에게 주어진 중책이었다.

공유는 ‘부산행’ 기차의 시동을 거는 인물이었다. 바쁜 펀드 매니저인 그가 딸을 데리고 기차에 오르고, 마지막까지 딸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서 관객은 ‘커피 프린스 1호점’, ‘용의자’ 등 그의 히트작들에서는 찾을 수 없는 공유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다. ‘부산행’의 관계자가 “미혼인 공유가 어떻게 그런 부성애를 끄집어 연기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두른 이유다.

공유는 하드웨어가 좋은 배우다. 외적 조건이 특출나니 각 작품마다 감독이나 작가들은 그의 외모를 부각시킬 만한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하지만 ‘부산행’에서는 다르다. 그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로 승부한다. 하드웨어는 오히려 마동석이라는 걸출한 체격을 가진 배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배하면서 영화의 시너지 효과가 배가됐다. 대신 공유는 외적인 요소가 강할 수 없는 펀드 매니저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위험에 처한 딸 앞에서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면서 극의 당위성을 이끌어낸다. 기차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최소한의 동선을 활용하며 그는 크게 연기했다. 공유가 부산행 기차의 꼬리칸부터 머리칸까지 아우르며 ‘부산행’의 온전한 기관사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특히 ‘부산행’ 속 공유가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은 ‘부산행’을 단순한 좀비물이라 생각하며 영화에 몰입하던 관객의 뒤통수를 치며 카타르시스를 안긴다.(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영화로 직접 확인하시길)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향후 행보다. 공유는 추석 시즌에는 배우 송강호와 호흡을 맞춘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올해 초 선보인 영화 ‘남과 여’부터 ‘밀정’까지 겹치는 캐릭터가 하나 없다. 작품을 선택하는 선구안에서부터 각 캐릭터를 변주하는 솜씨까지, 공유라는 배우가 가진 그릇이 커졌다는 것을 그는 스스로 웅변한다.

게다가 연말에는 ‘시크릿가든’, ‘태양의 후예’ 등을 쓴 김은숙 작가의 신작 tvN ‘도깨비’가 시작된다. 로맨틱 코미디물의 연금술사와 공유의 만남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최한결을 기억하고, 이 작품을 통해 공유라는 배우를 마음에 품었던 여성팬이라면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부산행’과 ‘밀정’, 그리고 ‘도깨비’를 거치며 공유는 2016년을 대표하는 배우이자 스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산행’으로 이미 성공적인 첫 걸음을 내디뎠고, ‘밀정’과 ‘도깨비’ 역시 믿고 찾는다는 감독과 작가가 공유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제 그가 부응할 차례다.

연말이 되면 이런 기사가 적잖이 게재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공유, 2016년의 ‘공유재’가 되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