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지난 7월 25일 개막한 민주당 전당대회장에서 대의원들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TPP 반대를 공언한 데 이어,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TPP반대론을 펴며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함에 따라 TPP 발효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AP뉴시스
신보영 워싱턴 특파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발효 여부가 기로에 서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출마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TPP 반대를 수차례 공언한 데 이어,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지난 11일 “지금도, 선거 뒤에도, 대통령이 된 뒤에도 TPP에 반대하겠다”고 확약하면서 누가 당선되든 내년 1월 들어서는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 TPP 추진은 사실상 물 건너갔기 때문이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은 국무장관 재직 당시 무역협정의 ‘골드 스탠더드(황금 기준)’라고 지칭했던 TPP 반대로 돌아섰고, 이날에는 ‘당선 뒤 TPP 추진’으로 입장을 바꿀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서도 “절대 아니다”면서 쐐기를 박았다.
물론 아직 마지막 희망은 남아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12일 의회에 TPP 비준을 임기 내에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오는 9∼10월 TPP 이행 법안을 공개한 뒤 오는 11월 대선·의회 선거 이후 열리는 ‘레임덕 회기’에서 처리하겠다는 전략이다.
TPP 비준을 위해서는 상·하원에서 각각 과반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상·하원에서 다수당인 공화당은 반(反)오바마 노선을 노골화하고 있는 데다, 민주당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의 TPP 반대 선언 이후 TPP 찬성 이탈표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TPP 비준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한동안 잠잠했던 ‘TPP 무용론’이 나올 법하지만,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오히려 지금은 TPP 가입 협상 전략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TPP 발효가 실패할 경우까지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TPP 발효 실패가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함께 1990년대 이후 미국이 주도한 다자적 국제자유무역 질서의 종언을 상징하는 양대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TPP가 흔들리면 우리 경제가 기대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체제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당장 트럼프가 한·미 FTA를 미국 내 일자리를 줄이는 “재앙”이라고 칭하고 있고, 클린턴 전 장관마저도 “일자리를 죽이고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어떤 무역협정도 중단할 것”이라고 시사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우에는 세계 자유무역 질서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는 2011∼2013년 3년 연속 100%를 웃돌다가 지난해에야 88.1%로 떨어졌다.
반면 미국·일본의 대외의존도는 30%대다. 이 때문에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우리가 ‘TPP 안 되는 것이 좋다’고 한다면 국제사회는 우리가 무역 자유화가 아니라 중상주의적 사고를 한다고 판단할 것”이라면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이는 절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TPP 발효 실패는 국제정치적으로도 상당한 파장을 낳을 것이다.
TPP 구상은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지탱하는 경제적 축이다.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선 역내 동맹의 유기적 협력이 중요한데, TPP는 이를 탄탄하게 하는 경제적 유인 요소다. 이 때문에 TPP가 실패한다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정책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노출돼 있는 우리로서는 외교·안보적 차원에서도 불예측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은 미국 의회의 TPP 비준 여부를 그저 지켜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지체되는 시간을 활용해 실기했던 TPP 가입 협상 전략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할 때다. 동시에 TPP 발효 실패 가능성에도 대비, 양자·다자 자유무역협정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빈틈없이 분석하면서 철저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boyoung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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