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굿와이프, 21세기 여성의 주체적 삶을 상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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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예전과 달리 높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일하는 여성이 증가한 것을 사회적 위상과 맞물려 해석하기에는 뭔가 마뜩잖다. 미국 유명 시리즈 드라마를 한국적 상황에 맞게 리메이크한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는 지금 우리시대 여성의 사회적 위상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원작의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코드를 한국적 상황에 맞게 수위 조절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연출해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김혜경(전도연)은 법대 졸업과 동시에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지만 15년의 세월을 ‘대쪽검사’ 이태준(유지태)의 아내와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았다. 그런데 대쪽 같았던 남편의 성상납 스캔들이 터지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태준은 정치인과 재계 거물, 심지어 검찰 선배까지 죄가 있으면 가리지 않고 잡아들인 자신이 내사 중이었던 사건 관계자들에 의해 함정에 빠졌다고 변명했으나 신뢰하기는 어려웠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김혜경은 외도를 한 남편이 뇌물 및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되면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녀는 그대로 절망할 수 없다. 이태준의 아내 이전에 두 아이의 엄마이고, 그래서 수감된 남편 대신 생활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혜경은 로펌MJ의 공동대표이자 연수원 동기인 서중원(윤계상)의 도움을 받아 이 로펌에 입사한다. 학창 시절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다고 해도 15년의 세월을 전업주부로 살았기에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지만 그녀는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려 애쓰며 최선을 다해 일을 했다.

김혜경이 로펌에서 처음 맡은 사건은 남편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의뢰인 변호였다. 불륜을 저지른 남편을 미워했지만 죽이진 않았다고 주장하는 의뢰인에게서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연민을 느낀다. 로펌MJ의 공동대표 서명희(김서형)는 유죄가 분명하니 적당히 합의하고 끝내라고 하지만 김혜경은 자신의 의뢰인을 믿고 변론에 임해 결국 승소한다.

이후 재벌 3세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도 무고 혐의로 고소당한 성폭행 피해자를 비롯해 로펌MJ 설립자이자 서명희, 서중원의 아버지가 저지른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고, 남편 이태준의 비리를 파헤치는 최상일(김태우) 차장검사 부부의 이혼소송, 뇌사 상태에 빠진 임산부 부부가 유산 상속 문제로 연명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사건, 항우울제 약품의 부작용 사건 등 하나 같이 힘든 일들이 주어졌지만 그녀는 로펌 조사원 김단(나나)의 도움을 받아 변론에 성공한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온 15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김혜경이 변호사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의 틀에 갇혀 있던 여성이 자기 주체성을 확보해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이야기가 결말로 흐르면서 혼자 있으면 그냥 바람 피운 흔하디흔한 남자지만 와이프와 같이 있으면 강직한 검사, 유력한 정치인이 되는 이태준의 관점에서 명명된 ‘굿와이프’에 내재된 가부장제에 맞서는 김혜경이 어떻게 주체적 여성으로 자리매김할지 결말이 궁금해진다. 드라마적인 상상이 가부장제 현실에 균열을 일으킬지 두고 볼 일이다.

충남대 교수·드라마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