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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6년 08월 25일(木)
“분노는 毒…‘탐욕의 業·習’ 뿌리부터 잘라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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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에서 본 ‘분노사회’… 원인·대안 심포지엄

탐욕 → 좌절 → 분노로 이어져
남 업신여기는 ‘我慢’서 시작
치유못한 분노 잠재됐다 표출

폭발도 회피하는 것도 답 아냐
명상 통해‘나’직시하는게 중요


근래 한국 사회는 가히 ‘분노사회’다. 소위 ‘묻지마’ 폭력사건이 꼬리를 물며 사회문제로 되고 있다. ‘헬조선’이란 말이 나왔듯, 한국사회의 분노현상은 각 개인의 차원보다 ‘불평등’ 등 사회적 원인이 근본적으로 지목된다. 계간지 불교평론은 ‘한국사회와 분노 그리고 불교’를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을 26일 오후 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한다. 이날 발표문들을 통해 분노현상에 관한 불교적 분석과 대안을 들여다본다.

불교에서 분노(瞋)는 탐욕(貪)·무지(癡)와 함께 삼독(三毒)이라 부를 만큼 번뇌의 원인이자 깨달음의 장애라고 본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불교에서 분노란 과거의 반복된 행위의 업(業)으로 인해 습(習)이 된 것이 알라야식(심층무의식)에 종자로 저장되었다가 그럴 만한 연(緣)을 만나 행위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쉽게 말해 “불교경전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상대방이 나와 내가 좋아하는 이에게는 손해를 끼치고, 내가 싫어하는 이에게는 이익을 끼친다는 생각이 분노의 원인”이라며 “현대 정신분석적으로 보면, 분노는 현재에서 이루어지는 것만이 아니며 치유되지 못한 과거의 트라우마는 분노를 유발하는 근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불교에 조예가 깊은 정신의학 전문의인 신승철 박사도 “심리학적으로는 ‘나’에 대한 상처받음이 곧 분노를 일으킨다고 보고 있다”며 “인간은 유아 시절, 어머니와의 관계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좌절과 분노의 싸움으로 점철된다”고 말한다. 과거 상처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다가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분노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분노의 바탕을 보는 측면도 불교와 현대 정신분석은 공통점이 있다. 이 교수는 “분노는 대부분 가아(假我·본래는 실체가 없는 자기)의 집착에서 발생한다. 탐욕이 고통을 낳고, 그 고통이 분노를 낳는다. 아만(我慢·자기를 자랑하고 남을 업신여김)이 있기에 상대방의 말과 행동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불교는 근본적으로 ‘나’라는 것은 없다고 본다. 그 ‘나’라는 환상에 대한 집착이 탐욕을 낳고, 탐욕이 좌절됐을 때 분노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신 박사는 정신분석가 자크 라캉의 이론을 빌려 “아무런 주체도 없이 진행되는 인간의 생물학적 기능들은 생존을 위해 가정적으로 ‘나’라고 하는 ‘심리적 환영’을 만든다”며 “환영의 ‘나’가 고정된 나인 것으로 확신하게 된 까닭은 인간이 자신의 허약함이나 취약성을 감추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 허약함이 어떤 위협에 직면했을 때, 공격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며 이를 정신분석에서는 ‘방어’라 부른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럼 분노를 어떻게 없앨 것인가. 이 교수는 “분노를 낳은 ‘습’과 ‘업’을 성찰해 그 종자를 없애고 청정한 알라야식에 이르러야 한다”며 “그러기에 명상과 수행을 통하여 ‘아만’과 ‘가아’를 제거하고 진아(眞我·참 본성)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분노의 감정이 일면 가장 먼저 행할 일은 인내하며 분노의 실상을 성찰해야 한다. 나에 대해, 분노에 대해 명상을 하며 분노의 원인을 직시하고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이 작업을 할 때 성찰의 대상은 과거와 무의식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신 박사도 “분노는 날것 그대로 폭발시켜서는 결코 제거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평소 일상에서 분노가 일어나거나 혹은 화가 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이런 반응을 ‘무의식에 숨기거나 잠입되지 않도록’, 있는 그대로 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와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분노는 폭발시키는 것이 최악이지만 회피하는 것도 결국 잠재했다가 되돌아오기 때문에 ‘직시’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래 이런 관찰 수행을 자주 하다 보면, 분노의 폭발이란 것이 자신의 두려움에 기반을 둔 것이며, 자존심이란 것도 별 의미가 없다는 앎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노는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이기도 하다.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은 모든 구성원이 희소자본을 끊임없이 추구하도록 욕망을 자극하기 때문에 그 욕망 충족의 필연적인 실패 혹은 부족에서 파생되는 분노를 피할 길이 없다”고 말한다.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 즉 공분(公憤)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유 교수는 “이 경우 인욕과 같은 전통적인 대응방식은 설득력을 가지기 힘들다”며 “달라이 라마, 틱낫한과 같은 이들 역시도 사람들 스스로가 마음의 자비를 가질 것을 주문함과 동시에 분노를 야기하는 사회구조를 비판하거나 바꾸려는 노력을 통해 시대의 고통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mail 엄주엽 기자 / 문화부 / 부장 엄주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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