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인원 부회장 자살>“故人, 그룹 국가발전 기여 폄하 안타까워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인원(오른쪽) 롯데그룹 부회장이 지난 2009년 12월 서울 중구 남창동 롯데손해보험 빌딩에서 열린 롯데미소금융재단 개소식에 참석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 롯데측 반응

부인도 건강 안좋아 입원중
전날 “우리 부인 곧 퇴원할것”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은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한 후 43년간 롯데에 몸담아온 한국 롯데의 산증인이자, 신동빈 회장 ‘가신그룹’의 좌장이다. 비보를 접한 롯데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 속에 말문을 쉽게 열지 못하며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롯데그룹 측은 “평생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롯데의 기틀을 마련하셨는데 고인이 되셨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고, 빈소 마련 등 장례절차에 들어갔다.

롯데그룹 수뇌부는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롯데 측 관계자는 “고인은 검찰 수사에 따른 심리적 압박뿐만 아니라 40여 년 롯데맨으로 근무해오면서 최근 롯데그룹이 검찰수사를 받고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데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며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모시면서 롯데가 나름대로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는데 최근 발생한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로 이러한 공로가 폄하되고 비판받는 데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과 같이 근무했던 롯데그룹 계열의 한 임원은 이날 “이 부회장은 독실한 크리스천이고 원칙주의자로 청렴한 분”이라며 “사모님도 건강이 좋지 않아 입원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지난 2003년 서울 용산구 이촌로의 L 아파트에 입주한 이 부회장은 평소 부인과 사이가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5일에도 퇴근하며 “우리 부인, 곧 퇴원할 거야”라며 경비원에게 농담도 건넸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경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퇴근하는 것은 봤는데 다시 나가는 것은 못 봤고 들어오자마자 나간 듯싶다”며 “표정이 어둡다거나 특이한 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날도 신동빈 회장 주재로 소진세 사장 등과 검찰 비자금 의혹 수사 등 그룹 현안에 대해 회의를 하고 퇴근했다. 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는 “(보고를 받은 신 회장 등)모두가 황망한 상황이라 뭐라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그룹 임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특히 신경을 쓰라는 긴급 지침을 내렸다.

이민종·박준우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