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해외 선박금융 채무 유예 성공… 국내 채권단 ‘결단’ 바꿀까

2019년까지 총 1280억 ‘유예’
加업체‘용선료 조정’긍정 의사
채권단내 ‘법정관리’ 기류 변화

자금난에 허덕이는 한진해운이 극적으로 해외 선박금융 채무 유예에 성공하자 해운업계는 물론 30일까지 입장을 정하기로 한 채권단에서도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행에 대해 신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리 계산에 밝은 해외 금융기관마저 전향적 자세를 보인 만큼 국내 채권단도 수지타산의 논리를 넘어 국가 경제와 해상 운송로 확보라는 안보 차원에서도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손익 계산서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한진해운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독일 HSH 노르드 방크·코메르츠 뱅크, 프랑스 크레딧 아그리콜 등 해외 금융기관이 27일 새벽 한진해운 측에 2019년까지 총 1280억 원 규모 선박금융 채무 유예 의사를 밝혀온 것은 예상치 못한 ‘사건’이라는 평가다. 현대상선의 조건부 자율협약 당시에는 시도할 생각도 못했을 만큼 해외 선박금융 유예는 그동안 불가능한 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해외 금융기관이 방향을 튼 건 한진해운이 아직 여력이 있는 회사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컨테이너 운임지수 등이 더 나빠질 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세계 8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으로선 시황에 따라 규모의 경제를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 금융기관들의 대규모 채무 유예를 포문으로 긍정적인 연쇄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다른 해외 금융기관도 채무 유예에 동참 의사를 표시해 와 3년 6개월간 총 4700억 원에 이르는 해외 선박금융 채무액 유예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한진해운 측 설명이다. 또 2주 전까지 완강하던 최대 용선주인 캐나다 선박업체 시스팬도 채권단 동의를 전제로 용선료 조정에 긍정적 의사를 알려왔다.

해외 지원사격이 이뤄지자 30일까지 자구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채권단 분위기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주장하며 점점 목소리를 높이던 채권단 내 강경파가 해외 선박금융 채무 유예 소식에 맥이 빠진 느낌”이라며 “해외 금융기관과 용선주의 실리적 판단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