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인 되비지탕은 찬바람 불고 입맛이 당기는 이즈음 딱 어울리는 음식이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도무지 꺾일 것 같지 않던 폭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역시 계절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지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 날씨로 변했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완연한 가을이 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찬바람 불고 입맛이 당기는 이즈음 딱 어울리는 음식이 있다. 황해도 토속음식인 되비지탕이다. 보통 불린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들거나 두유를 얻기 위해 콩물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비지’라 부른다. ‘되비지’는 콩물을 빼지 않고 불린 콩을 그대로 간 것을 뜻한다. 당연히 그냥 비지보다 영양가치가 높다.
이 되비지에 시래기나 김치, 돼지갈비를 넣어 찌개처럼 끓인 음식이 ‘되비지탕’이다. 간은 김칫국이나 새우젓으로 한다. 음식 인심이 후한 황해도 지방에서 시작됐다. 옛날 황해도는 넓은 평야에서 쌀과 잡곡의 생산이 많고 가축도 잘 자라 생활이 윤택한 편이었다.
이 때문에 음식을 한 번에 많이 만들었고, 재료의 질이 좋아 음식 자체에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재료 그대로의 맛을 잘 구현하는 것을 중시했다고 한다. 황해도 음식은 전체적으로 맛이 구수하고 소박한 편인데 되비지탕이 그 특징을 고스란히 잘 담고 있다.
자박한 국물에 되비지와 돼지갈비의 구수한 맛이 일품인 되비지탕 하나면 다른 반찬 없이도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탕 하나에 양질의 단백질과 채소까지 가득 담겨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우수하다. 특히 콩을 곱게 갈아 끓인 되비지를 밥 위에 얹어 쓱쓱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한식에서 ‘콩’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백태를 뜻한다. 백태는 둥글고 노란 빛을 띠는 콩으로 된장 등 장을 담그는 메주를 만들 때 주로 쓰여 메주콩이라고도 부른다. 두부를 만들 때도 주로 쓴다. 원산지가 만주와 한반도로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우리 땅에서 널리 재배되고 잘 자란다. 구성 성분이 40% 내외의 단백질과 30%의 내외의 지방으로 이뤄져 예로부터 축산업이 수월치 않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또한 항암작용을 비롯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비만을 예방하는 레시틴·사포닌·이소플라본 등의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이 때문에 어려서부터 백태를 꾸준히 섭취하면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고도 한다.
내가 되비지탕을 만들 때면 주로 파주시 장단면에서 재배한 ‘파주 장단콩’을 활용한다. 장단콩은 공장이 없고 사람과 차량이 적은 민통선 안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청정지역의 콩으로 유명하다. 또한 파주시 장단면은 물빠짐이 좋은 토양에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콩 맛이 더욱 좋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다른 지역의 콩 품질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장단콩만큼 산지나 브랜드가 알려지지 않았을 뿐 국내산 콩이라면 모두 믿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맛과 품질이 우수하다. 이제 곧 쌀과 콩 등 우리 땅에서 기른 농산물 수확 소식이 들려올 때가 되었다.
요즘 쌀 소비가 줄어 농촌에 시름이 깊다. 갓 지은 밥과 함께 되비지탕처럼 맛있는 한식이 자주 식탁에 오르길 바란다. 우리 입맛에 가장 잘 맞는 한식으로 건강을 챙기고 우리 땅에서 수확한 농산물도 꾸준히 소비해 모두가 풍족한 가을이 되면 좋겠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재료(2인분 기준)
콩 1컵, 배추시래기(또는 푹 익은 배추김치) 100g, 돼지갈비 300g, 새우젓 1큰술, 식용유 1큰술, 김칫국 1큰술, 양념장 재료(간장 2큰술, 다진파 1작은술, 다진마늘·참기름·깨소금·고춧가루 1작은술씩)
만드는 법
1 콩은 깨끗이 씻어서 반나절 이상 불린 후 믹서기에 콩과 물을 1대 1로 붓고 곱게 간다.
2 돼지갈비는 한 입 크기로 토막내 30분간 물에 담가서 핏물을 뺀다. 건져서 냄비에 담고 돼지갈비가 잠길 정도의 물을 부은 다음 약 30분간 삶는다. 갈비는 건지고 국물은 식혀서 기름기를 걷어 둔다.
3 배추시래기는 살짝 데친 후 깨끗하게 손질해 한 입 크기로 송송 썬다. 배추김치를 활용할 경우는 데치지 않고 물에 살짝 씻어 꼭 짠 다음 역시 한 입 크기로 송송 썬다.
4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돼지갈비와 배추시래기(또는 배추김치)를 넣어 함께 볶다가 갈아 놓은 비지와 2의 육수를 넣고 약한 불로 은근히 15분 정도 끓이다가 새우젓 또는 김칫국으로 간을 맞춘다.
5 양념장을 만들어 함께 낸다.
조리 Tip
1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즐기려면 배추시래기를 넣고 새우젓 위주로 간을 한다. 좀 더 맛깔스럽게 즐기려면 푹 익은 배추김치를 넣고 김칫국으로 간을 한다.
2 되비지를 넣으면 끓기 전에도 밑면이 눌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잘 저어 준다.
3 돼지갈비 익는 시간을 잘 조절해야 되비지탕이 맛있다. 돼지갈비는 너무 크게 자르면 잘 익지 않으므로 한 입 크기 정도로 자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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