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 Story >“5개 뮤지엄 세우면서 폐자재 수두룩… 모두 내 작품 밑거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창일 회장의 2010년 작품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부분), 200×200㎝ 사이즈의 대작으로 캔버스 위에 아크릴과 토마토 등 혼합재료를 사용해 그렸다.

최근 작품 시멘트 많이 활용 거친 질감으로 추상적 미감

아라리오그룹의 김창일 회장은 왜 기업가나 컬렉터로 만족하지 못하고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됐을까.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틱하고 결정적인 순간을 말해주기를 기대해요. 하지만 나는 그냥 하고 싶었어요. 내 안에 꿈틀대는, 표현하고자 하는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표출하는 방법으로 그리고 만들고 쓰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50대까지 나의 삶은 제약이 많은 삶이었습니다. 끝도 없이 남을 의식하며 살았습니다. 이제는 단순하게 자유롭게 나를 위해 살고 싶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 한 가지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그것이 바로 예술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 작업을 시작했을 무렵 그의 관심은 ‘나 자신(self)’이었다. 이후 사진 작업들을 발표했고, 2007년 무렵에는 본인을 상징하는 호랑이와 토마토 등을 작품에 등장시키기도 했다. 이후 다양한 폐품과 오브제를 활용한 자화상 작업을 했다.

시멘트를 활용한 작업은 근래 시작했다. 2013년 개인전 이후 새로운 개인전을 준비하는 2년여의 기간 동안 서울과 제주도에 총 5개의 뮤지엄을 오픈하는 과정에서 시멘트와 콘크리트, 흙과 나무 등 건축재료를 접하며 이를 활용한 작품들을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의 작업실에는 유난히 폐건축 자재가 많다. 대형 캔버스에는 유화 물감 대신 시멘트가 발라져 있는데 시멘트를 던지고 마르기를 기다린 후 문질러서 만들었다고 한다. 오일보다 훨씬 거친 형태의 질감이 새로운 추상적 미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독립 큐레이터인 밀로반 페로나토는 김 회장에 대해 “씨킴은 다방면에 관심이 있고, 호기심을 참지 못하며 다양한 각도의 회화적 감수성을 표현하기 위해 쉬지 않고 탐구하는 아티스트”라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임의론자(Randomist)”라고 설명했다.

최근에 그는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의 비 오는 날을 촬영한 ‘레이닝(rainning)’ 시리즈다. 내년 봄쯤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비오는 거리를 차로 이동하면서 차창 밖을 촬영하거나, 영상 작품을 캡처하는 작업들이다.

“제주는 작품 활동에 집중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심플하게 꾸려가고 있어요. 한정된 시간에는 집중력이 무기입니다. 식사도 내 손으로 해결하고, 가끔 산책을 다니는 것 외에는 특별히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도 없습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