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사회적 네트워크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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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 / 홍성욱 지음 / 동아시아

과학사학자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을 확장, 발전시켜 ‘네트워크’ 개념을 제시한다. 패러다임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틀로, 이것이 달라지면 같은 사실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홍 교수는 패러다임을 네트워크로 대체해 현대 과학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개념이자 과학적 이슈의 흐름을 설명하는 키로 정의한다. 홍 교수에 따르면 네트워크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뻗어 나가는 속성이 있으며, 성장하다 소멸되고, 여러 개가 하나로 응축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살아 움직인다는 것. 홍 교수는 이 네트워크 관점을 통해 과학이 사회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며, 과학이 자연 본연의 속성이라기보다 인간의 활동임을 직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윈의 진화론을 비롯해 뉴턴의 광학 및 중력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등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대부분의 이론들이 논쟁과 경쟁, 비판 등 ‘사회문화적’ 과정을 겪고 정립된 것처럼 말이다. 이 네트워크는 인간과 인간 사이뿐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기술) 사이의 연결망까지 포함한다.

책은 이 ‘과학 기술학’ 담론이 가야 할 방향도 함께 제시하는데, 그동안 공개된 적 없는 미출간 원고로만 꾸려져 더욱 의미 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