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李 대표의 현장정치… 선출 뒤 비서라 부르는 낡은 배낭 메고 44일간 82곳 누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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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에게는 ‘나의 비서’라고 부르는 낡은 배낭이 하나 있다. 속옷과 갈아입을 겉옷 몇 벌, 세면도구, 즐겨 읽는 책, 현안에 관한 서류들, 휴대전화 충전기 등이 들어 꽤 묵직한 등산 가방이다. 지난 당 대표 선거 때 남들이 거창하게 선거캠프를 차릴 때 그는 이 배낭 하나를 메고 전국을 다녔다. 버스를 타고 마을회관도 들르고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밑바닥을 훑는 민심 투어다.

새누리당의 대표가 된 지 한 달여가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당직자들을 대동하지 않고 훌쩍 배낭을 메고 현장을 찾는다. 지난 6∼7일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전방의 한 포병부대를 찾아 점호를 받고 야간 경계근무도 섰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8월 27일에는 충남의 가두리 양식장으로 달려갔고, 21일에는 광화문에서 열린 경기도 의사회 집회에 밀짚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16일에는 아무런 통보도 없이 배낭 하나만 메고 지진 피해가 심한 경주를 방문했다. “직접 보고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달려왔다”는 것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는 ‘1박 2일 이정현이 갑니다’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서울 시내 주요 시장과 민생 현장을 잇달아 순회했다. 오전 7시 30분 노량진 수산시장을 시작으로 중구 평화시장, 종로 동대문인력사무소를 거쳐, 후암동 쪽방촌과 송파구 폐기물처리 용역업체 등을 방문했다. 이 대표는 “첫째는 경청, 둘째는 현장, 셋째는 행동 등 이 세 박자가 함께 갖춰져야 민생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당 대표 선출 이후 이렇게 훑은 민생현장만 44일(9월 22일 기준)간 총 82곳이다. 하루 약 1.8개, 일주일간 약 12.6곳의 현장을 방문한 셈이다.

이러한 현장 행보를 두고 당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과도한 정쟁에 휘말려 4·13 총선에서 추락했던 당 이미지를 ‘민생’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호평이 많다. 반면 당 대표가 너무 세세한 일정에까지 관여해 정작 큰 줄기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