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셀프 檢개혁안이 공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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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차장

“만약에 (우리 관계가 알려지면) 사회적으로도 매장당하고 검사 사표가 아니라 변호사도 등록 안 돼, 요즘.” 김형준 부장검사의 스폰서 노릇을 한 김모 씨가 70억 원대 사기·횡령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김 검사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슬쩍 흘리자 김 검사가 진술 무마를 당부하면서 김 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다. 김 검사는 자신이 김 씨와 어울려 한 짓거리가 검사직 해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비위(非違)라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사업가 친구와 어울려 서울 강남의 고급 술집을 다녔다. 그는 김 씨가 붙여준 술집 아가씨에게 오피스텔을 생일 선물로 사 준다며 김 씨에게서 1500만 원을 받아냈다. 거기에 코가 꿰여 김 씨가 검찰 수사를 받자 그걸 무마하겠다고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들을 대거 만나기도 했다. 검찰은 68년 역사상 비리로 해임된 첫 검사장인 진경준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오물을 또 뒤집어썼다.

영화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양아치처럼 논 걸로는 진 전 검사장도 김 검사와 오십보백보였다. 진경준은 대학친구인 김정주 NXC 대표가 나중에 큰돈(134억 원)이 될 넥슨 비상장주식 4억2500만 원어치를 넘겨주자, “정말 주식을 내 돈으로 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여러 번 옆구리를 찔러 주식 매입 종잣돈을 모친과 장모의 계좌로 전액 돌려받았다. 김정주 대표는 “진경준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정신적으로 성폭행 당하는 심경이었다”고 지인들에게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경준, 김형준도 친구를 자신의 사금고로 생각했다가 뇌물죄로 엮였다. 대학 3∼4학년 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두 검사는 “30년 친구지간에 베푼 아무 대가성 없는 호의”라고 주장했지만 두 사업가는 검찰 또는 법정에서 “뇌물로 준 게 맞다”고 다른 소리를 해 검사 친구의 기대를 배반했다.

진경준·김형준 검사의 패악을 보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틀어쥐고 있는 과도한 검찰권을 줄여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는 모양새다. 대검찰청이 변론관리대장 비치, 감찰강화 등 이런저런 개혁안을 냈지만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여권 실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인턴직원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 압력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가 재판과정에서 폭로됐다. 현재 진행 중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 수사마저 적당히 얼버무리고 끝내면 검찰권 분산 여론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지금은 야권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주장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막아주고 있지만, 그마저도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청와대에 검사 파견 금지, 법무부 문민화, 검사장 등 고위검사 임용 과정에 외부 민간기구 참여 주장도 터져 나올 수 있다. 창립 이래 최고의 위기에 빠진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않는 정도(正道) 수사만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첩경임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정치적 선택은 검찰 조직은 물론 수뇌부마저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