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父母 아기’ 세계 첫 탄생… “혁명적 성과” vs “생명 존엄성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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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저널 ‘임신과 불임’ 보고

미토콘드리아 손상 유전질환
친모의 난자에서 핵 추출해
건강한 여성의 난자에 삽입
아빠 정자와 체외수정 시술
법적 금지없는 멕시코서 출산

세계 첫 ‘세 부모 아기’가 지난 4월 멕시코에서 탄생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의학계에선 혁명적 성과란 평가가 나오는 한편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할 것이란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2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의학저널 ‘임신과 불임’에는 세계 최초로 엄마 2명, 아빠 1명을 가진 남자 아기가 탄생했다는 연구 결과 요약본이 실렸다. 세 부모의 유전자를 결합한 체외 수정 방식은 안전성 문제와 윤리적 논란 때문에 미국에서는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에 이번 시술을 맡은 미국 ‘새희망출산센터’ 의료진은 멕시코에서 출산을 마쳤는데 산모와 아이는 현재 모두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브라힘 하산이란 이름의 이 아기 부모는 요르단 출신으로 미토콘드리아 관련 질병 때문에 오랜 시간 고통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산의 친모인 샤반은 뇌, 척수 등 중추신경계를 서서히 악화시키는 유전 질환 ‘리 증후군’(Leigh syndrome)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지니고 있다. 이에 네 차례 유산을 경험한 바 있고 두 아이를 각각 생후 8개월, 6세 때 잃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들 부부는 유전 질환이 없는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기 위해 ‘새희망출산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덕분에 이번 시술을 통해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었다. 연구진이 하산의 리 증후군 발생 가능성을 살핀 결과, 미토콘드리아 DNA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1%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산을 출산하는 데 사용된 시술은 윤리적 발발이 거센 방식이다.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된 친모의 난자에서 핵을 추출,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기증자 여성의 난자에 삽입했다. 이후 아버지의 정자와 체외 수정을 통해 아기를 탄생시키기 때문에 사실상 부모가 셋이다. 하산을 출산하는 데 사용된 방식 외에도 미토콘드리아 대체시술 방식은 있다. 이미 수정된 단세포 배아에서 미토콘드리아 결함이 있는 난자의 핵만 정자와 함께 빼내, 핵이 제거된 기증자 여성의 난자에 주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윤리적 논란에서는 자유롭진 못하다.

이에 지난 2015년 영국이 세계 최초로 ‘세 부모 체외 수정’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전 세계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영국 하원은 미토콘드리아 대체시술에 의한 체외인공수정 허용을 골자로 한 ‘인간수정 및 배아법’ 수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인간이) 신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아기를 원하는 부모들에게 가능성을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었다. ‘새희망출산센터’의 존 장 박사도 “생명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윤리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며 일각의 우려에 반박했다. 그러나 일종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디자인된’ 아기란 비판이 일면서 생명 윤리를 둘러싼 논쟁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