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를 노래하는 것, 가수 최성수 새로운 시작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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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김용택 등 시 작품
30~40곡 만들어 발표 예정

“시가 가진 멋과 안식·여운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시(詩)의 멋과 안식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해후’‘동행’‘풀잎사랑’등으로 유명한 중견 가수 최성수(사진)가 시를 노래한다. 그는 이해인, 나태주, 최영미 시인 등의 시 작품에 곡을 붙인 노래 30~40곡을 만들 예정으로 현재 작업 중이다. 우선 10월 중에 김용택·도종환 시인의 작품에 멜로디를 덧댄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가 시를 노래하기로 결심한 것은 얼마 전 은사인 황동렬 중앙대 예술대학 교수로부터 안부인사와 함께 김용택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가 담긴 문자 메시지를 받은 후다. 몇 번을 곱씹으며 읽던 최성수는 무릎을 쳤고, 더 많은 이들에게 이 시를 알리겠다는 마음으로 곡을 붙이기 시작했다.

최성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정과 기쁨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고 시가 가진 멋과 안식, 그리고 여운을 공유하고 싶었다”며 “이미 유명한 시지만 정지용의 ‘향수’가 그랬듯, 노래로 만들어지면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자주 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10월에 그가 발표할 곡은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와 도종환의 ‘다시 오는 봄’이다. 앞으로 30~40곡을 만들어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최성수의 계획이다. 고은 시인이 언론매체와 인터뷰한 내용도 발췌해서 멜로디를 붙이고 있다.

통상 작곡가들은 주제가 결정되면 멜로디를 만든 후 가사를 붙인다. 이번에는 반대다. 주어진 시에 걸맞은 멜로디를 버무리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주옥같은 시들이 가진 가치와 품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더 그를 옥죄었다. 평소 노트를 갖고 다니며 노랫말이 떠오르면 바로 옮겨적곤 했던 그로서는 시인들이 애써 만든 시어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최성수는 “시 작품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으려 하다 보니 다른 곡을 만들 때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다”며 “각각의 시가 갖고 있는 고유의 힘, 특유의 뉘앙스를 살리려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1983년 데뷔한 그는 어느덧 33년 차 가수가 됐다. 복고 열풍과 함께 최성수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가수들이 속속 복귀를 선언하고 있는 터라 무대를 향한 그의 갈증도 커질 법하다.

하지만 그동안 그는 멈춰 서 있지 않았다. 간간이 공연을 열며 팬들과 소통해온 최성수는 느지막이 미국에 유학을 다녀오고, 지난해에는 50대 중반의 나이에 석사 학위를 받는 등 자기 계발을 위한 고삐를 바투 쥐고 있다.

최성수는 “한순간도 내가 ‘노래 부르는 사람’임을 잊은 적이 없다”며 “나이를 먹으며 좀 더 의미 있고 오래 기억될 만한 노래를 부르겠다는 열망이 커졌는데, 시를 노래하는 것이 가수 최성수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