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그린위에도 ‘드레스 에티켓’이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랑 찾아 꿈 찾아. 하늘의 수많은 구름처럼 사람들은 사랑을 찾으려고 한다.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2016년 작. 김영화 화백

간혹 골프장에 가서 보면 좀 지나치다 싶은 복장으로 다니는 사람들을 본다. 상식 파괴 복장으로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은 불편함과 짜증을 유발시킬 것이 분명하다.

톱스타급의 한 영화배우는 골프장 출입 복장이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 그리고 샌들을 신고 가방은 어깨에 메고 와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물론 그 연예인은 골프장을 처음 왔기에 ‘드레스코드’가 있는 줄 몰랐던 것. 그런가 하면 골프광으로 소문난 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미국 명문 프라이빗 골프장에서 반바지 양옆에 주머니가 여럿 달린 반바지를 입었다가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미국과 한국의 드레스코드 역시 문화적인 차이가 있어 종종 실수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골프장에 온 지인 A 역시 미국 퍼블릭골프장을 다니던 습관으로 샤워는 집에 가서 할 요량에 예비 옷과 세면도구를 가져오지 않아 불편해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왔다가 함께 온 동료와 밥과 술을 먹어야 해서 매우 불편했다고 한다.

골프장이나 상갓집, 동창회, 파티장소에서 드레스코드를 따지는 것은 복장을 규제하려는 것은 아니다. 모임이나 어느 장소를 들릴 때 서로에 대한 예의의 표시이다. 물론 지나치게 드레스코드를 강조해서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1990년대 국내 골프장 대부분은 명문지향을 내걸고 까다로운 드레스코드를 강조한 바 있다. 심지어는 클럽하우스 입구에서 3만 원을 받고 정장을 빌려주는 촌극도 있었다.

그랬던 골프장 드레스코드에 많은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의 청바지 복장과 도를 넘지 않는 티셔츠 차림으로도 골프장 출입에 대해 눈치를 주는 곳이 많지 않다. 물론 일부 명문골프장에서는 아직도 규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가끔은 앞발이 다 나오는 샌들과 유사한 신발을 신고 오는가 하면 다 찢어진 청바지 차림도 목격된다. 앞가슴이 다 보일 것 같은 라운드 티에 속옷이 비칠 정도의 야한 옷차림도 눈에 띈다.

골프장 출입복장은 분명 나도 편해야 하지만 상대방에게도 불편함을 줘서는 안 된다. 성직자는 성직자대로, 요리사는 요리사대로의 고유 의상이 있다. 만약 요리사가 지저분하고 너덜거리는 옷을 입고 음식을 만든다면 유쾌하진 않을 것이다.

골프코스에서의 복장도 이젠 좀 더 세련되고 조심스러워졌으면 한다. 남성 골퍼들의 등산복 패션과 아래위 원색 복장, 갈수록 짧아지는 여성 스커트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본다. 여기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다름 아닌 복면골퍼이다. 얼굴 전체를 가리고 라운드하는 골퍼를 갑자기 만나면 놀라기도 하고 기분이 썩 좋지가 않다. 골프는 햇살을 통해 비타민 D가 공급되는 운동이다. 햇살 받기를 꺼린다면 왜 골프장에 나오는지 반문하고 싶다.

드레스코드는 분명 규제가 아닌 서로가 편하고자 하는 룰을 우리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룰은 지키라고 있는 것인 만큼 우리 스스로가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