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노인일자리’ 대책 아닌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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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사회부장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2016 장년 고용 강조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정부는 지난 2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60세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도입, 장년 적합직무 발굴 및 장년 근로자의 능력 개발에 기여한 기업, 경영자, 근로자를 시상했다. LS엠트론 박명호 인사최고책임자가 산업 포장, ㈜아즈텍WB는 대통령 표창, ㈜퍼슨은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같은 시각, 여의도 국회 앞. 노후희망유니온 소속 노인들이 모여 “노인의 비극을 막으려면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외쳤다. 정부가 노인 빈곤대책을 서둘러 해결하라는 요구다. 갈 길은 너무 멀다.

＃한국 노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4배다. 노인빈곤율 역시 4배다. OECD 최상위 수준이다. 일자리를 갖고 있는데 제일 가난하다? 두 가지의 상반된 통계가 알려주는 바는 뚜렷하다. 노인이 가난해서 먹고살기 위해 일자리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그래 봤자 가난하다는 의미다. 은퇴연령은 남성이 72.9세로 OECD 중 가장 높다. 일자리의 질도 낮다. 노후소득 불안정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도 실질 소득 대체율이 21.9%밖에 되지 않아 빈곤 개선에 별 도움이 안 된다. 노인자살률 역시 급등하고 있다. “55∼64세 취업자는 10년 동안 259만 명에서 465만여 명으로 80% 증가했다”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강조가 허무한 이유다.

정책 방향은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무엇보다 가난한 노인을 없애는 일이다. 문제는 안팎의 부정적 환경과 동원 가능한 수단이다. 한국은 고령화·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속도가 세계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가파르다. 55∼64세 인구는 2006년 437만 명에서 올해 8월 697만여 명으로 60% 늘었다. 2020년에는 802만 명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은퇴 전뿐 아니라 은퇴 후에도 노동시장 진입 층이 항시적으로 두껍게 형성돼 있다. 원하는 자리를 얻거나 유지하기는 별 따기다. 유럽 국가에 비해 노후 소득보장시스템은 매우 부족하다. 게다가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 세대 811만 명을 끌어안고 있는 한국적 특수성도 있다. 이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가 2025년쯤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말과 접근법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한계요인들이다.

노인들이 일자리를 가지려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생계형이 대부분이나 사회봉사·사회참여형도 있고, 노동의 본질을 소중히 여기는 여가노동형도 있다. 청년실업을 해결할 때보다 훨씬 복잡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고용부만의 일도 아니고, 보건복지부 혼자 해결하기에도 벅차다. 유기적 통합을 이뤄야만 성공가능하다. 양질의 시장형 일자리 창출에 맞춰야 하는 게 정답일 텐데, 현실은 반대로 시장형이 10%에 불과하다. 노인빈곤의 현실과 노인층의 사회적 특성을 감안하면 노년층 일자리 구성은 ‘시장형: 참여형: 여가형’ 비율이 대략 6: 3: 1 또는 7: 2: 1 수준은 돼야 안정적 재생산이 가능해 보인다. 책상에 앉아 잡다한 단위사업을 나열하거나 질 낮은 일자리 수치만 늘리는 전시행정으로는 답이 없다. 정밀 실태조사 뒤 피드백이 시급한 상황이다.

jup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