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971) 47장 대세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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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수가 한랜드 장관실에 앉아서 한국방송을 보고 있다. 오후 3시 반, 한국은 5시 반이다. 아나운서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근대자동차는 노조원 88%의 압도적 찬성으로 사측이 운영의 권한을 위임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28일간 계속되던 파업도 오늘 자로 종식되고 전 사업장은 정상가동이 되고 있습니다.”

옆쪽에 앉아 있는 유병선과 안종관, 그리고 하선옥은 숨을 죽이고 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이것은 물론 국개위 최만철 산업위원장의 ‘평양선언’의 영향입니다. 그러나 그 바탕은 한국 전역에서 일기 시작하는 ‘석 달 참기’ 운동과 ‘새바람’ 운동인 것입니다.”

서동수가 앞에 놓은 커피잔을 들고 한 모금을 삼켰다. 커피가 식어 있었지만 서동수는 입맛을 다셨다. 그때 아나운서가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이 ‘새바람’ ‘석 달 참기’ 등 운동에는 조국에 대한 자랑, 긍지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그것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이자 하선옥이 리모컨으로 TV를 껐다. 한 시간 전의 녹화 필름이다. 그때 안종관이 말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곧 무분규 선언을 할 예정입니다, 장관님.”

하선옥이 말을 잇는다.

“전국 각 사업장에서 근대자동차식으로 사측과 공존 체계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서동수가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고 내려놓았다.

“내가 할 일이 없는데.”

불쑥 말을 뱉은 서동수가 하선옥을 보았다.

“신바람이 일어나는데 내가 나서면 오히려 바람만 막지 않을까?”

“예, 장관님.”

하선옥이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바람이 일기 시작했으니까 장관께선 뒤로 물러나 계시는 게 낫겠습니다.”

“그런가?”

머리를 돌린 서동수가 유병선과 안종관을 차례로 보았다.

“예, 그러시는 게 낫겠습니다.”

안종관이 바로 말했지만 유병선은 웃기만 했다.

“유 실장은 왜 웃어?”

확인하듯이 서동수가 묻자 유병선이 정색하고 대답했다.

“장관께선 불씨만 일으키고 나서지 않는 성품이지요. 생색은 실무 책임자가 내도록 놔두셨습니다.”

“날 잘 안다고 생색을 내는군.”

“예, 장관님.”

“대선이 두 달 반 남았어.”

“연방이 두 달 반 남은 것입니다.”

유병선의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다시 하선옥을 보았다. 시선을 받은 하선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선옥은 국개위 3개 분과위와는 별도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동일 위원장의 위대성을 홍보해.”

놀란 하선옥이 숨을 죽였고 유병선과 안종관의 표정도 굳어졌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그래, 믿기지 않지만 대한연방은 김동일 위원장 한 사람의 희생과 의지로 되는 것이나 같아. 김 위원장의 결단이 없었다면 신의주 특구에 이어서 남북한의 화해, 한랜드도 성립되지 못했어. 그것을 남북한 국민에게 알려줘야 돼.”

“알겠습니다.”

하선옥이 정색하고 대답했다.

“진심이 담긴 홍보 계획을 수립하겠습니다.”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몸을 섞은 사이라 그런지 호흡이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