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작은 교회 박람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엄주엽 문화부 선임기자

연말에 통계청이 발표할 종교 인구조사 결과를 앞두고 각 종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종교 인구조사는 2005년에 이어 10년 만에 이뤄진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행정자료를 근거로 한 세대원 수 등 전수조사 항목들이었다. 경제활동 여부나 직업, 종교 등 심층 조사가 필요한 항목에 대해서는 20% 가구의 표본에 대해 인터넷과 직접면접을 통해 시행했는데 그 결과가 12월에 발표된다. 인구통계 집계 방식이 전수조사에서 이처럼 바뀐 것은 이번 조사부터다. 조사방식의 변경이 종교인구에 어떤 변화를 줄지 각 종교는 계산에 분주하다. 2005년 집계한 종교별 인구조사에서 국민의 53.1%인 2497만 명이 종교를 가지고 있었고, 종교별로는 불교(22.8%), 개신교(18.3%), 천주교(10.9%) 순이었다. 1995년과 비교해 ‘천주교 약진, 불교 정체, 개신교 쇠퇴’로 언론에서 평가됐었다. 지난 10년 사이 한국 사회가 그렇듯이 종교환경도 여러 변화에 직면했다. 저출산·고령화의 여파가 종교인구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5년 전 중위(中位)연령이 38.2세였지만 지난해 41.2세로 높아진 데서 보듯 종교인구의 고령화가 가파를 것 같다. 젊은 세대의 ‘탈(脫) 종교’ 분위기가 더해져 대다수 종교의 성장잠재력이 한계에 달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종교인구가 50%대를 유지할지, 각 종교가 체감하는 종교의 위기가 어떻게 통계치로 나타날지 관심을 끈다. 하지만 종교계가 신경 쓰는 것은 종교별 인구분포 곧 ‘교세’인 듯하다.

종교별 인구수 등 통계에 안달복달하는 건 한국적 현상이다. 한국갤럽이 몇 년 단위로 ‘한국인의 종교’를 조사해 책자로 내는데, 그만한 수요 때문에 하는 사업일 것이다. 종교인구 조사에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도 무심하지 않다. 지역 단위로 자세하게 나올 종교인구 분포에 따라 대선 캠프의 지역별 전략도 다듬어질 것이다. ‘교세’를 ‘정치적 영향력’으로 등치 하는 우리나라에서 대선을 앞둔 통계청의 발표에 종교계와 정치권이 더욱 신경 쓰는 이유일 것이다. 너나없이 성장제일주의를 좇아온 한국 종교계에선 거대한 기념관과 성지도 경쟁하듯 줄을 지어 세워진다. 대개는 교세에 따라 국민 세금도 여기에 들어간다.

올해로 4회째를 맞아 3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에서 열린 ‘2016 작은 교회 박람회’는 한국종교의 성장주의에 ‘역행’하는 개신교 교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참여하는 80여 개 작은 교회들은 ‘탈(脫)성장’ ‘탈성직’ ‘탈성별’을 내걸고 ‘가난한 교회’에서 미래 종교의 희망을 본다. 성장주의는 물론 성직의 권력화와 세습, 교회에서의 남녀차별을 배제한다. 목회자 중심의 대형 교회보다는 교인 중심의 소그룹과 마을 공동체로서 협동조합 형태로 꾸리는 교회도 있다. 마을에서 평생 학습장의 역할을 하며 생태공동체, 사회적 영성을 실험하는 등 다양한 형식의 교회들이 선보였다. 타 종교에서도 사찰이나 교회를 벗어나 명상이나 마음치유 등을 하는 모임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움직임들이 한국의 종교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ejy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