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수석비서관회의 연기… ‘회고록’파장 예의 주시

‘정세 분석’ 등 다목적 포석
핵실험· 추가도발 동향 보고

청와대가 17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릴 예정이었던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를 갑자기 연기했다. 지난 15일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실패한 북한이 이번 주 추가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송민순 회고록’ 파문이 정국을 강타한 상황에서 대북 대응 태세를 차분히 점검하는 한편 정국현안을 놓고 정세 분석 시간을 갖기 위한 다목적 포석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대수비가 예정된 시간에 관련 부처와 수석 비서관들로부터 국가안보 및 국정현안 등에 대한 여러 보고를 받았다. 특히 현재 청와대 내부에서는 송민순 회고록 파문이 국정운용에 미칠 영향 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보고될 안건엔 북한의 핵 실험 동향과 함께,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분석 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더불어 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가 직접적으로 연루된 만큼 구체적인 언급은 꺼리고 있지만, 이번 파문이 ‘제2의 북방한계선(NLL)’ 공방으로 비화될 소지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에선 회고록 내용이 사실일 경우 내년 대통령 선거의 유력 주자인 문 전 대표의 대권 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 대선에서 안보관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북정책을 놓고 여야 후보 간에 ‘제재와 압박’ vs ‘대화와 협력’이 전면 충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도 이날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북한의 의견을 물어본 뒤 기권했다는 ‘송민순 회고록’ 파문과 관련해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충격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우병우 민정수석을 교체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닌 정말 느닷없는 기사이고 완전 오보”라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해당 언론사에) 그렇게 (사실이) 아니라고 했는데 (보도가 나와) 매우 유감스럽다”며 우 수석 교체는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는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위기 탈출을 위한 국면 전환 조치를 내리지 않고 그동안 유지해온 국정운영의 스탠스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이날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주보다 2.5%포인트 내려간 31.4%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