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대통령이 당장 해야 할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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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개국은 신화를 낳고 망국은 괴담을 낳는다. 대한민국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갖가지 괴담들로 흉흉하다. 온 나라가, 집권자의 청와대가, 집어삼킬 듯 몰아닥친 해일 앞의 난파선 형국이다. 헌정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국난(國難)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 대통령은 무엇을 해야 할까. 박 대통령이 국정·인적 쇄신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참회하고 사과할 것, 해명하고 결별할 것, 자청해 수사를 받을 것.

첫째, 박 대통령은 참회하고 진정 어린 태도로 사과해야 한다.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하야’해야 한다고 믿을 정도로 민심은 무겁다. 국민은 대통령의 눈빛 하나, 숨소리 하나만으로도 그의 진정성을 알아본다. 1분 40초짜리 ‘녹화사과’로는 안 된다.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을 향해 헌정사 초유의 국정 농단 의혹 사태에 대해 눈물로써 참회록을 읽어나가야 한다.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뜨게도 하지만 배를 뒤집어엎기도 한다’(순자). 지금 민심은 배를 뒤엎기 직전까지 와 있다.

둘째,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최 씨와 얽힌 모든 부적절한 의혹과 소문들에 대해 해명하고 구악(舊惡)과 절연해야 한다. 무엇보다 최순실 일당의 국정 개입 실상을 낱낱이 밝히지 않으면 안 된다. 이 희한하고 충격적인 사건의 진상 규명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진솔한 고백을 듣는 것으로 시작돼야 한다. 그건 최 씨의 문제일 뿐 아니라 대통령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 씨와 얽힌 모든 것과 완벽하게 결별해야 한다. 고 최태민 씨로부터 그의 딸에 이르는 40여 년의 길고 긴 악연과의 절연을 선언해야 한다.

셋째, 박 대통령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받겠다”고 공개 선언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비선의 권력이 국민의 손에 의해 선출된 국가 최고 권력을 조종하고 국정을 농단하며 국민을 우롱한 사건이다. 박 대통령 스스로 연루됐다고 시인한 만큼 어떤 과정과 절차로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 헌법은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를 금하고 있지만 진실을 밝힐 의무까지 면하고 있지는 않다. 헌법 수호의 의무를 진 대통령이라면 헌정 문란에 대해 정치적이고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게 도리일 것이다.

이 모든 것 이후에 박 대통령이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 그건 헌정의 중단, 국정의 중단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내정을 총리에게 맡기고 자신은 외교·국방·안보에 전념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특히, 국방과 안보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지휘하는 것 이외의 대안이 없다. 이 과정에서 여야 지도부와의 숙의는 필수적이다. 이는 협치를 명한 지난 4·13총선 민의에도 부응한다. 해방 후 굴곡진 현대 정치사는 국민을 이기려는 통치자의 말로(末路)가 어땠는지를 가르쳐준다. 비록 늦었지만, 박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역사의 교훈을 배우고자 한다면 완전한 파멸은 피할지 모른다. 그럴 수 있을까.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라고 한 조지 산타야나의 경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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