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991) 48장 남북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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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만났다. 국진건설 회장 유정호와 임직원들이 체포된 다음 날 오후 한랜드에서 날아온 서동수가 다시 고정규를 만난 것이다. 이제 선거 한 달 전, 선거운동 기간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분위기가 특별히 변한 것은 없다. 그러나 남북한이 마침내 연방으로 통일된다는 열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에도 한정식당 ‘아정’의 같은 방이다. 오늘도 한정식 요리가 가득 차려졌지만 서동수와 고정규는 젓가락으로 몇 번 깔짝거리기만 했다. 오늘의 만남도 서동수의 제의로 이뤄졌는데 고정규는 거절하지 않았다. 만나는 목적도 지난번처럼 ‘정국에 대한 협의’라는 애매한 이유였지만 토를 달지 않았다. 고정규는 지난번 서동수의 제의에 대해서 가타부타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때 젓가락을 내려놓은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고 대표께서도 알고 계시겠지요.”

고정규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비밀 회동이지만 내일이면 지난번처럼 바로 보도될 것이고 국민은, 특히 민족당원들은 안도감을 느낄 것이라는 걸 말입니다.”

고정규가 따라 웃었지만 시선을 마주치지는 않았다.

“그렇게까지 배려하고 계셨습니까?”

“민족당원은 국민 아닙니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되었지요?”

“장사꾼 버릇이죠.”

“무슨 말씀이신지?”

“문제가 생겼을 때 자주 연락을 해주는 것이 상대방의 불안감을 덜어주게 되더군요. 이것도 그런 맥락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지난번 말씀드린 일, 검토해 보셨습니까?”

“힘들 것 같습니다.”

“내가 연방 대통령이 돼도 민족당은 존중할 겁니다. 약속으로 믿으셔도 됩니다.”

고정규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이제 남북이 연방으로 통일됐는데 반역적 행위는 나올 수가 없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적국(敵國)이 없어졌으니까 말입니다.”

고정규가 숨만 들이켰다. 신의주특구를 한국이 개발하면서부터 북한은 적국이 아니었다. 적국 범주에서 비켜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연방이 된다. 적국에 충성하는 반역범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오래 걸렸지요.”

소주병을 든 서동수가 고정규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힘이 들었고요.”

고정규가 술잔을 받더니 한 모금에 삼키고는 서동수에게 내밀었다.

“이번에 중국의 노골적인 신의주 개입이 결정적이었어요.”

서동수의 잔에 술을 채우면서 고정규가 말을 이었다.

“중국의 실체를 느끼게 된 것이죠. 우리에겐 영원한 우방이 없다는 것도 확인됐고.”

“연방이 되면 달라질 겁니다, 고 대표님.”

한 모금의 술을 삼킨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국민 모두가 느끼게 될 겁니다.”

“…….”

“그전에는 경제성장만 이루었지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었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때 고정규가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이러다가 의도와는 달리 만나서 감정만 쌓이게 되는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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