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THE K2(더 케이 투), 정치 현실을 환기시키는 액션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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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들이 등장했던 드라마 대부분은 절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이전투구에 집중한다. 액션드라마를 표방한 tvN 금토드라마 ‘THE K2(더 케이 투)’도 대권 후보들의 이전투구에 휘말린 보디가드의 복수와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전쟁 용병 출신으로 살인 누명을 쓰고 인터폴 수배를 피해 간판공장에서 일하던 김제하(지창욱)가 무소속 대권 후보 장세준(조성하)의 보디가드가 되면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통쾌한 액션과 함께 연출된다. 정치 초년생이던 남편 장세준을 스타 정치인으로 성장시키고, 유력한 대권 후보로 만든 최유진(송윤아)의 야망은 물론, 최유진의 야망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서 격리되었던 장세준의 숨겨진 딸 고안나(임윤아)의 사연이 곁들여지면서 흥미를 더한다.

장세준은 최유진과의 금슬을 자랑하면서 훤칠한 외모와 서민적인 이미지로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있는 유력한 대권 후보이다. 민주화운동 경력을 내세워 개혁 성향의 대권 후보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장세준의 본 모습은 대권 때문에 하나뿐인 딸 고안나를 세상과 격리시킨 비정한 아버지이다. 또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즐기는 파렴치한이기도 하다. 최유진과의 금슬 좋은 모습은 대외용 이미지일 뿐이다.

유력 대권 후보의 아내이자 JB그룹 가문의 맏딸 최유진은 이복동생 최성원(이정진)을 회장 자리에서 몰아내고 JB그룹을 독차지하려는 야망을 숨기지 않는다. 그녀는 단아하고 서민적인 이미지로 대중의 인기가 높지만, 실상은 권력욕에 사로잡혀 잔인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고안나의 생모를 죽게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장세준의 어린 딸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수도원에 10년 넘게 격리시킬 정도로 독한 면모가 그녀의 진짜 모습인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으로 돌아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고안나를 제거하려다가 이복동생 최성원의 계략에 말려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장세준과 최유진의 야망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건들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 현실과 그에 발맞춰 이권을 챙기면서 합종연횡을 하는 재계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미래 권력을 향해 몸을 낮추는 검찰의 비굴한 행태 또한 적나라하게 폭로된다. 최유진이 압수 수색 영장을 들고 찾아온 검찰을 정중하게 대하면서 윗선에서 정리한 대로 자료를 건네주는 극적 상황이 대표적이다. 검찰과 최유진의 관계는 공권력과 자본권력의 유착은 물론 부패한 정치권력의 실상을 환기시킨다.

이 드라마는 절대 권력을 차지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통쾌한 액션과 함께 풀어내면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자신에게 살인 누명을 뒤집어씌운 여당의 유력 대권 후보 박관수(김갑수)를 향한 복수심으로 최유진과 손을 잡은 김제하가 고안나와 사랑에 빠지면서 긴장감이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고안나가 최유진을 향한 복수 의지에도 불구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서 남성의 시선에 갇힌 여성 캐릭터라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아쉬움을 더한다.

대통령이라는 절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들의 이전투구에서 국정 농단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직면한 우리 정치 현실이 연상된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