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992) 48장 남북연방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방대통령 선거는 남북한에서 동시에 시작되었는데 남한보다 북한으로 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남한이야 총선, 대선, 보궐선거에다, 걸핏하면 찬반선거까지 밥 먹듯이 치러왔지만 북한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국의 국회와 비슷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5년마다, 지방의회 격인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4년마다 치러왔다. 그러나 선거방식이 독특하다. 후보자는 1명으로 그 1명에 대한 찬반투표인 것이다.

북한의 찬반투표 방식은 이렇다. 찬성이면 곧장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반대면 기표소에 가서 후보자 이름을 펜으로 사정없이 그은 다음에 투표함에 넣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놈이 반대했다는 것이 다 드러난다. 찬성 100%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남북한 선거관리위원회는 북한의 투표 방식도 남한처럼 바꿨고 교육을 시켰다. 북한은 선거권, 피선거권이 만 17세 이상이어서 남한의 19세 이상 선거권과 차이가 있었지만 그냥 놔뒀다. 남한 인구는 5200만 명, 선거권자는 해외영주권자 포함 4210만 명, 북한은 2400만 인구에 선거권자 1800만 명이다.

2017년 12월 15일, 오후 6시, 선거가 끝났다. 남북한 합의에 의하여 ‘출구조사’라는 예고편 상영으로 장사를 하려는 수작을 무시하기로 했으므로 국민은 그때부터 결과를 기다렸다. 물론 인터넷으로 수백만 가지의 추측보도가 나돌았지만 정상적인 사람들은 TV의 보도 상황만 본다. 투표율은 나왔다. 남한은 유권자 중 78%인 3280만 명이 투표, 북한은 92%로 1660만 명이 투표를 했다. 북한 TV는 암으로 사망하기 직전의 환자가 휠체어에 실려 와 투표하는 장면을 감동적으로 보도했다. 물론 그것을 본 남한 시청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후보님 어디 가셨어요?”

국개위 산업위원장 최만철이 묻자 후보비서실장까지 겸하고 있는 유병선이 대답했다.

“잠깐 한랜드에 가셨습니다.”

“아니, 한랜드에요?”

당장 이맛살을 찌푸린 최만철이 상반신을 기울였다. 오후 7시 반, 이제 남북한의 500여 개 개표소에서 일제히 개표가 시작되었고 상황이 실시간으로 발표된다. 한국은 개표가 익숙해서 벌써 개표율이 8%를 넘었지만 북한 쪽은 2%다. 그러나 진행은 순조롭다. 최만철이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한시티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기로 하신 거요.”

“아아.”

감동한 최만철이 숨을 들이켰다.

“오늘 말씀이죠?”

“8시에 만나기로 하셨으니까 지금 만나고 계실 겁니다.”

한시티와는 2시간 시차가 있는 것이다. 여의도의 남한 연방대선후보 선거본부 안이다. 바깥 사무실은 떠들썩했지만 후보 비서실장 방 안은 소음 방지가 잘 되어서 조용하다.

“두 분이 같이 개표를 보시는군요. 정말 감동적입니다.”

“아니, 셋이죠.”

유병선이 웃음 띤 얼굴로 최만철에게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초대를 받았습니다.”

“오오.”

“오늘 모이기로 예약이 되어 있었지요.”

“러시아가 중요한 역할을 했지요.”

“비밀 회동이지만 모두 주시하고 있을 겁니다.”

이미 미국, 중국, 일본은 3자 회동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남북한연방이 지금 시작되었다.

<소설 徐遊記>(992) 48장 남북연방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