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000) 48장 남북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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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이지만 긴장하시지 마세요.”

하선옥이 같은 말을 또 했다. 입술은 웃고 있지만 눈에는 근심이 가득 찼다. 대기실 안, 10분 후에는 KMS가 연방대통령 서동수의 첫 시국 대담을 생방송으로 방영한다. 앵커가 묻고 그 질문에 대답하는 방식이어서 미리 질의 응답 각본은 만들어져 있지만 알 수 없다. 앵커 백준규는 미남에 국보법 반대, 제주 해군기지 반대, 미선·효순 투쟁위 간부를 지낸 전력이 있다. 그래서 유병선은 물론 민족당 출신 임창훈, 최만철까지 백준규와의 대담을 반대했지만 서동수가 밀어붙였다. 그러자 백준규가 오히려 긴장한다는 소문이 돈다. 옆쪽에 서 있던 안종관이 낮게 말했다.

“백준규 성격상 튀는 질문을 할 것입니다. 그럼 대응하지 마십시오. 잠깐만 여유를 주면 임기응변만 뛰어난 놈의 본색이 드러나게 됩니다.”

“아유, 알았어.”

서동수가 입맛을 다셨다.

“다들 나가 있어. 심호흡 좀 하게.”

5분 전, 주위에 둘러서 있던 사람들이 대기실을 나가고 하선옥만 남았다. 서동수가 문 앞에 남아 있던 경호원까지 눈짓으로 내보내고 나서 하선옥을 보았다. 그때 하선옥이 물었다.

“왜요?”

“뭐가 왜야?”

“지금 딴 이야기 하시려는 거죠?”

“어떻게 알아?”

“여기 CCTV 있어요.”

반걸음쯤 물러선 하선옥이 정색하고 말했다.

“잘 끝내세요. 오늘 밤 잘해드릴게.”

“과연.”

서동수가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문이 열리더니 방송 관계자가 들어서며 말했다.

“대통령님, 시작합니다.”

그로부터 10분 후에 서동수가 TV 화면에 나왔다. 서동수보다 훨씬 잘생긴 백준규는 백옥같은 피부에 주름살도 없다. 50대 중반인데도 30대로 보인다. 백준규가 서동수에게 물었다.

“대한연방의 수도를 평양으로 옮기신다고 합니다. 그것은 곧 북방 진출을 의미합니까?”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죠. 유라시아 진출이죠.”

“그건 실체가 없는 이야기 아닙니까? 한랜드는 결국 러시아 영토이고 한반도는 중국과 러시아에 막혀 있지요. 러시아 경제성장만 도와주고 끝나는 것 같은데요.”

“그렇죠.”

“지금 그렇다고 하셨습니까?”

“예.”

“그럼 한랜드, 유라시아 로드는 허상이고 선거용, 국민을 현혹하려는 의도였군요.”

“예.”

그 순간 숨을 들이켠 백준규가 화면을 보았다. 잔챙이만 잡던 낚시꾼은 감당 못 할 대어가 낚였을 때 당황한다. 지금 백준규가 그렇다. 기쁨을 감추려다가 속임수에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된다. 그때 서동수가 말했다.

“내가 당신을 상대로 말장난을 하려고 여기 나온 것이 아닙니다.”

서동수가 지그시 화면을 보았다.

“나는 지금 각각 생활의 터전, 서민의 자리에 계신 대한민국 국민께 내 얼굴을 보여 드리려고 여기 나온 겁니다.”

백준규가 뭐라고 말을 할 것처럼 입을 열었지만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국민은 다 압니다. 당신처럼 누가 써준 것만 읽는 것이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이 어떻게 나갈 것인지 이미 다 머릿속에 넣고 계십니다. 모두 희망을 품고 계시는 것이죠. 난 그런 여러분과 눈을 맞추기 위해서 여기 왔습니다.”

그러고는 서동수가 똑바로 화면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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