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 공개>“박정희 미화… 즉각 폐기” vs “편향 역사관 균형 잡아”

- 시민단체 엇갈린 반응

“독립 운동가 反국가사범돼”
“독재 과오 명시 긍정적 측면”

시민단체들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내용에 대해 이념 성향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진보성향 단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와 친일 관련 서술 축소 등을 이유로 “시민 불복종 운동이나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보수 단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기업인 등에 대해 공과를 함께 기술한 점을 내세워 “분명히 이전 교과서보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박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29일 “정부가 주도해 국정 교과서를 만들다 보니 현 정권 입맛에 맞는 부분이 많이 들어가고, 싫어하는 내용은 축소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사무처장은 “실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집권 세력 의도에 맞게 미화한 데다, 개발독재 시대 재벌에 관한 기술도 지나치게 호의적”이라며 “국정 교과서를 절대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들로 구성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과서 공개 직후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미 국민의 마음속에서 모든 권력과 권위가 거부된 대통령이 추진한 핵심 정책으로 좌고우면조차 필요하지 않다”며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광복회 광주·전남지부도 “국정교과서 논리대로라면 1945년 8·15 광복 후 3년간 건국 운동에 참여한 친일파들은 건국공로자가 되지만, 평생 독립운동에 몸 바치고도 남한 단독정부를 반대했던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은 모두 반국가사범이 된다”며 교과서 폐기 요구와 함께 불복종 운동을 시사했다.

반면, 자유민주연구원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정 교과서는 친북좌파 편향으로 얼룩진 검·인정 역사교과서의 폐해를 바로잡고 국가 정체성을 세우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이전 교과서의 편향성 때문에 국정 교과서가 출발한 만큼, 예전에 없던 기술이 왜 늘었느냐에 대해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내용상 공과를 균형 있게 잘 잡았는지에 대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역사라는 게 아픈 기억도 있지만 자랑스럽게 내세워야 할 부분도 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 공과를 균형 있게 다루고,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기업 공헌 등에도 내용을 충분히 할애한 국정 교과서에 대해 긍정적인 면도 분명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경석 선진화시민행동 상임대표는 “친일 관련 내용을 충분히 서술한 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근대화 업적과 독재 과오를 함께 명시하고, 정주영·이병철 등 그간 과소평가됐던 기업인 업적도 충실히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최준영·윤명진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