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 & Story >‘목표 정해지면 한우물만 판다’… 40년간 세탁기 개발 외길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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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목표가 정해지면 못 말리는 외골수’

약관 20세 견습생 신분으로 대기업 문턱을 넘은 청년이 고졸 출신으로는 처음 우리나라 10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매출 56조 원 회사를 이끌게 된 사건을 두고 재계에서는 외길 인생이 일궈낸 ‘신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1일 발표된 LG그룹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조성진(사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 얘기다. LG전자는 그의 승진에 따라 기존 3인 사장 체제를 1인 CEO로 바꾸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가전사업을 세계 최고로 만든 조 신임 부회장의 1등 DNA를 사업 각 부문으로 퍼트리겠다는 취지다.

‘고졸 신화’와 더불어 그를 집약하는 키워드는 단연 ‘세탁기의 남자’다. 용산공고를 졸업한 뒤 지난 1976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에 입사한 그는 당시 동료들이 인기 제품인 선풍기 개발을 선호했지만 단 한 번도 세탁기에서 눈길을 돌린 적이 없었다.

1998년 세탁조에 직접 연결된 모터로 작동되는 ‘다이렉트드라이브(DD)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일본에 의존하던 세탁기 기술에 독립을 이룬 점 역시 한 분야에 전력했기에 가능했다. 그가 1995년 세탁기설계실장에 오른 뒤부터 회사에는 침대와 주방이 등장했다. 아예 살림살이를 놓고 한우물 파기에 나서기 위해서였다.

목표가 정해지면 앞뒤 안 보고 몰두하는 그의 성격은 배움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입사 후 야간 대학을 1년 정도 다녔지만 일과 공부를 양립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과감하게 학업을 그만둔 사례가 대표적이다. 강의실에서 배우는 것보다 실험실에서 얻는 게 더 많다는 판단에 하나만 선택했다는 게 그의 회고다.

2013년 세탁기를 포함한 H&A사업본부장을 맡으면서는 전 제품군에 이 같은 집중력을 확산시켰다는 평가다. 사소한 단소도 놓치지 않고 구겨진 옷을 뜨거운 물 근처에 걸어두면 주름이 펴진다는 아내의 조언에 2011년 세계 최초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를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융복합에 몰두하면서는 2013년 9월 업계 최초로 정수기와 냉장고를 결합한 얼음정수기냉장고를 내놓고 성공을 거뒀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