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청문회>질문 80% 이재용에 집중…‘삼성 청문회’ 방불

총수들 방문절차 밟고 입장

28년 만의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대규모 청문회가 진행된 6일, 국회는 새벽부터 삼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 총수들의 도착에 앞서 국회 본관 후문에는 카메라가 설치됐고 각 기업의 대관 및 홍보 담당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각 기업에서는 지난 2일 국회를 사전 방문해 총수의 이동 경로 및 의전 사항을 파악했었다. 국회는 방호과 직원은 물론 경호담당관실 경호관 46명을 국회 내 곳곳에 배치했고 각 기업의 참석자 명단을 사전에 받아놓았다.

대기업에 대한 싸늘한 민심과 특혜 논란에 대해서도 신경을 쓴 듯 국회는 대기업 총수들로부터 하나하나 방문신청서와 신분증을 받는 절차를 밟아 입장시켰다. 이 과정에서 신분증을 준비하지 못한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입장이 잠시 지체되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는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원칙대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국회 본관 245호에서 오전 10시에 시작된 청문회에서 대기업 총수들은 하나같이 긴장된 표정과 겸손한 자세로 청문회장 자리를 지켰다. 특위 위원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질문을 집중하는 등 ‘삼성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이날 오전 현재 위원들의 질문 80%가량이 이 부회장에게 쏟아졌다.

앞서 오전 9시 15분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도착한 뒤 가장 먼저 국회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오전 9시 26분쯤 수행원과 함께 도착해 안내실에서 직접 신분증을 보여주고 출입증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기자들로부터 ‘삼성그룹이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승마 훈련을 지원한 것에 대가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국회 안내실로 들어가던 중 일부 시민이 “이재용을 구속하라!”고 외치며 기습 시위를 벌여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피켓을 꺼내 들다 이를 제지하는 국회 경위과 직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져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 면세점 추가 발표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지만, 답을 하지 않고 국회로 들어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억울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청문회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차은택 씨 광고회사에 62억 원 상당의 광고를 밀어준 경위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청문회를) 잘해야죠”라고만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출석한 허 회장은 최순실 사건에 기업들이 얽힌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억울하다. 이따 (청문회) 안에서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도착한 최태원 SK 회장과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성실히 임하겠다”며 국회로 들어갔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